[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공무원연금개혁 단일안 마련을 위해 여야가 실무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실무기구 일정 등을 두고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시한을 못 박고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며 '속도전'을 내세우는 반면에 야당은 시한 등을 정하지 말고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30일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실무기구 구성을 두고서 협의를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실무기구의 활동기간에 관한 부분이다.
여당은 5월6일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실무기구는 단기간 내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실무기구는 4월 임시국회가 시작하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실무기구는 대타협을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며 활동기간의 제약을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별도의 실무기구를 만들면서 시한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는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여당은 자칫 실무기구 논의가 굼뜨게 진행되어 공무원연금개혁이 좌초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여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처럼 여당이 공무원연금개혁 문제에 있어서 시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 때문이다. 올해 5월을 넘기게 될 경우 내년 총선 공무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국회의원들이 개혁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부터는 선거구 획정 등 정치개혁 논의로 인해 공무원연금개혁에 정치력을 쏟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당은 야당과 공무원단체들의 시한을 정하지 않은 실무기구를 운영 요구에 대해 자칫 '시간끌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신뢰와 인내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당이 공무원연금개혁의 발목을 잡고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반면 야당은 실무기구에 시한을 둘 경우 공무원단체들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발목 잡혀 있는 상태다. 공무원단체들은 시한을 정해놓은 실무기구에 참여할 경우 '들러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제대로 된 논의를 위해 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야당은 실무기구에 공무원단체가 빠진 채 논의가 될 경우 대타협이라는 애초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야당 관계자는 "여야가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을 배제한 채 특위(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경우 밀실논의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말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을 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사회적 대타협이지 기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한 뒤 절충점을 찾을 경우 원내대표간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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