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난소제거 수술 '졸리 효과' 두고 논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오늘은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최근 과학매체인 네이처가 안젤리나 졸리의 난소 제거 수술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과학매체가 할리우드 스타를 다루는 게 흔히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과학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사가 쏟아졌죠. 졸리가 난소 제거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할리우드 톱스타가 난소 제거수술을 받았으니 당연히 '왜?'에 눈길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졸리가 왜 이 같은 수술을 받았는지부터 알아보죠. 졸리는 돌연변이 유전자인 'BRCA'를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습니다. 이 돌연변이 유전자는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실제 졸리의 어머니와 이모 등 가족들 중에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암으로 변이되기 이전에 졸리는 난소를 제거하는 사전 수술을 진행한 것이죠. 앞서 졸리는 2013년 유방절제술도 받았습니다.
이를 두고 과학계에서는 이른바 '졸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연예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연예인이 특정 제품을 광고하면 그 제품이 일시에 품절되는 사례가 있죠. 이는 해당 제품을 가지면 마치 그 연예인이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이른바 '부적 효과'의 일종입니다. 졸리 효과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졸리도 수술 받았다는데 나도 같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유전자 검사 받아야 하나? 또 사전수술을 받는 게 좋을까?'하는 신드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 판단을 하기 전에 주관적이고 대중 심리가 먼저 작용하게 되는 셈이죠.
유전자 상담전문가들은 졸리 처럼 암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난소 제거와 유방 절제수술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반면 잘못 해석된 결과로 인해 쓸데없는 수술이 진행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이르면 돌연변이 유전자인 'BRCA'를 가지고 있으면 대부분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정말 절대적이냐는 것입니다.
BRCA의 경우 여성들에게 암 발병 위험 확률을 높이는 것은 어느 정도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이 유전자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절대적이고 분명하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아직까지 통계학적으로 믿을 만한, 확신할 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미국 미네소타 주에 있는 메이오(Mayo)클리닉의 퍼거스 카우치 암 유전학자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에 기초해 (사전 수술 등의)결정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습니다. 퍼거스 박사는 "(BRCA의 다양한 영향 분석 등) 더 많은 것을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특정인이 암으로 발전한다면 수많은 비난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수년 동안 BRCA 유전자 검사와 관련해 미국은 유전자 분석업체인 '미리어드 지네틱스(Myriad Genetics)'가 독점해 왔습니다. 2013년 미국 대법원은 다른 회사도 같은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여전히 미리어드 지넥틱스가 암으로 발전될 돌연변이 데이터에 관해서는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유전학자들은 현재 미리어드와 별개로 BRCA에 대한 공공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이를 통해 BRCA에 대해 보다 입체적 자료가 집계되고 분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효과로 인해 몇몇 돌연변이들은 질병과 무관하다는 데이터도 찾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전학자 등 과학자들은 '졸리 효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편향된 데이터로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이 남발될 수 있다는 것을 꼽고 있습니다. BRCA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질병 위험성이 크지 않았던 4명의 환자가 실제 유방과 난소를 제거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졸리 효과'에 대해 관련 학자들은 더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BRCA에 대해 명확한 과학적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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