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글로벌 채권 전문가 5명 중 4명꼴로 채권시장에 잔뜩 껴 있는 '거품'을 우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공인재무분석사협회(CFA)가 최근 300명의 글로벌 채권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80%가 채권시장 현재 가치에 대해 "과대평가 됐다"고 답했다. 회사채 시장이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과대평가를 받고 있고 국채 시장은 거품이 가장 많이 껴 있는 자산 중 하나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CFA는 지난 3년간 자체적으로 채권시장의 가치를 평가해온 지수가 적신호 구간에 진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유럽 자산운용사 아베르딘애셋의 브래드 크롬비 채권 부문 대표는 "투자자들은 거품이 붕괴될 때 비로소 거품이 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서 "현재 채권 시장은 거품 직전에 와 있는데, 과대평가된 채권시장을 둘러싼 긴장과 불안감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인베스텍의 존 스톱포드 채권 부문 대표도 "그동안 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채권에 돈을 쏟아 부은 탓에 거품이 생겼다"면서 "채권 시장에 역풍이 불기 시작하면 채권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지난 6년간 미국이 '제로' 금리 정책을 펴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챙겨주는 투자처로 몰린 게 채권시장 거품을 야기했다고 풀이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투자등급 채권 뿐 아니라 '정크(투자부적격 등급)' 수준의 고위험·고수익 회사채, 신흥국 채권 등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채권에 돈을 쏟아 부었다.
문제는 채권 시장 거품 붕괴 시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어벽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FT는 최근 미국의 금융규제 강화법인 '볼커룰'이 대형은행의 자기자본 거래를 금지한 것이 채권 시장 거래량 급감을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 가격이 갑자기 급락하는 위기상황이 닥칠 경우 은행들이 방어벽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은 붕괴 속도가 빨라진다고 우려했다.
FT는 가뜩이나 새 자본규정으로 채권시장 유동성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06년 이후 첫 기준금리 인상 단행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채권시장 거품 붕괴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으로 채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유동성이 부족한 회사채 시장과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투매가 촉발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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