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2명은 '무급'…헐값 노동도 서러운데
청년유니온 조사, 65% 교육프로그램 부재…"사수 없었다" 응답도 35%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인턴으로 일할 때 월 급여 30만원을 받았는데, 그걸로는 식비조차 충당하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주말 아르바이트(알바)를 했어요. 월화수목금토일 알바하며 경주마처럼 살았죠."(L씨ㆍ24세)
청년실업률이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정규직을 꿈꾸며 인턴과 수습, 실습 등의 과정을 감내하는 '과도기 노동' 종사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열정페이' 형태의 고강도 노동조건과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렇다보니 정규직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닌 단절된 과도기 노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청년유니온이 인턴ㆍ수습ㆍ실습 경험자 233명을 대상으로 조사ㆍ연구한 '청년 과도기 노동의 실태와 대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L씨가 겪은 열악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공공기관ㆍ민간기업에서 근무하는 인턴ㆍ수습ㆍ실습 근로자들의 월 평균 급여는 85만9000원에 그쳤다.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는다(무급)'고 답한 22.3%(52명)의 응답자를 포함 할 경우 월 평균 급여액은 66만7000원으로 더 낮아졌다.
또 청년 인턴ㆍ수습ㆍ실습들은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의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참여기간이 5개월(공공 6개월, 민간 4.6개월)인 청년인턴ㆍ수습ㆍ실습들은 평균 주 5일을 출근했고,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일 평균 8.8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청년 인턴ㆍ수습ㆍ실습들은 일반 근로자에 준하는 노동을 하면서도 최저임금(지난해 기준)인 약 20만원에도 미달하는 '헐값'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규직이라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열정페이 리그를 견뎌내려는 의지는 강했다. 청년들은 인턴ㆍ수습ㆍ실습에 나서는 이유로 '경험을 해보기 위해' 30%(70명), '채용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 17.6%(41명), '스펙을 쌓기 위해' 15.9%(37명) 등을 꼽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인턴십ㆍ수습ㆍ실습 등을 진행하는 민간ㆍ공공기관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키워내려는 고민이 태부족했다. 이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65.7%(153명), 명확한 사수(射手)가 없다고 답한 비율도 35.2%(82명)에 달했다. 현장에서 미리 업무를 경험하고 실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턴ㆍ수습ㆍ실습제도의 취지가 무색한 셈이다.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낮은 편이었다. 인턴ㆍ수습ㆍ실습활동이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27%에 그쳤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84.6%(55곳)이 정규직 채용과 연계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민간기업의 68.5%(115곳)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청년유니온은 "'일을 하면서 배운다'는 과거의 인식들은 노동력 착취와 다름없다"며 "외국 인턴십 제도 등을 참고해 인턴ㆍ수습ㆍ실습의 노동자성 인정ㆍ보호 등을 위한 '열정페이 방지법' 등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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