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2011년 서울소재 대학교를 졸업한 김모(28ㆍ여)씨는 5년째 실업과 비정규직 취업, 다시 실업을 반복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일찌감치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지만, 열악한 근로조건에 회사를 그만두길 두차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다시 실업자로 돌아온 그는 "미생보다 못한 '청년실신'"이라며 "고스펙 친구들을 봐도 10명 중 2∼3명만이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할 정도로 취업난이 심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년실신'은 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합성어로, 취업은 못한 채 학자금과 대출금 부담을 겪고 있는 청년층을 가리킨다.
2월 고용동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청년실업률이다. 11.1%의 청년실업률은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후 최고 수준이다. 통상 2월이면 방학, 졸업 등을 맞아 구직자가 늘어나는 계절적 특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예년보다 높아진 수치다.
정부는 청년실업률 상승의 배경을 최근 고용시장의 악화보다 구직인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대기업과 협력사간 근로격차와 높은 대학진학률 등 구조적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월 실업률은 계절적 요인으로 다른 달에 비해 높은 편"이라면서도 "지난달 높은 청년실업률은 70%대의 대학진학률, 취업준비 장기화 등 구조적 요인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8%를 훨씬 웃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처음부터 대기업, 정규직에 취업하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스펙 쌓기 등으로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청년실업률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원보 통계청 과장은 "청년층 인구가 3만9000명 감소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실신, 이케아(IKEA)세대, 인구론 등 최근 등장한 신조어들은 청년실업난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케아 세대는 고스펙을 갖추고도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을 품질 좋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 빗댄 것이다. 인구론은 '인문계 졸업생 중 90%는 논다'는 의미다.
청년실업난은 개인뿐 아니라 나라 전체로도 손실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미래세대의 일자리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성장잠재력 제고, 미래 비전 논의 등이 어렵다.
문제는 이 같은 실업난이 점점 심화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당장 올해 30대 그룹은 신규채용을 일년전보다 6% 가량 줄이기로 했다. 더욱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도입 등은 청년채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청년고용 대책이 헛돌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년실업이 문제로 떠오른 10여년 전부터 20차례 이상 청년고용 대책이 발표됐지만 성과가 불명확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조차 "체감도가 낮다"는 한탄과 함께 "청년 일자리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배경이 여기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경제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어려움이 있다"며 "능력중심의 사회 등 학벌과 관련한 부분은 국민의식 변화가 함께 진행돼야 하고, 일자리의 질 측면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전 부처의 청년고용 관련 예산은 1조4000억원 상당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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