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각했던 500만배럴 환원…추가 매입은 없을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정부가 13일(현지시간) 최대 5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국제 원유 가격이 크게 떨어진 틈을 타 지난해 일부 매각했던 물량을 다시 채우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매입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13일 전략비축유 확대 계획을 공개하며 매입 시기가 6월1일부터 7월31일이라고 밝혔다. 5월로 매입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도 했다.
매입 규모 500만배럴은 지난해 3월 에너지부가 발표했던 전략비축유 매각 계획 당시의 매각 규모와 동일한 것이다. 에너지부는 지난해 3월 유황 함유량이 많은 '저(低)등급 원유(sour crude oil)' 500만배럴을 시험 삼아 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해 3월 6억9600만배럴이었던 미국의 전략비축유 보유량은 5월에 6억9100만배럴로 500만배럴 줄었다. 5월 이후로는 6억9100만배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500만배럴을 매입하면 6억9600만배럴로 환원하는 셈이다. 에너지부는 현재 국제유가 수준을 감안하면 지난해 매각 당시 가격의 절반 수준에서 원유를 재매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선물 가격은 한주동안 9.6% 폭락해 배럴당 44.84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부가 500만배럴을 매각했던 지난해 3월만 해도 WTI 선물 가격은 100달러 수준이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략비축유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셰일혁명 덕분에 미국의 원유 생산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940만배럴 정도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1970년대의 970만배럴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은 2005년만 해도 원유 수요의 60%를 수입에 의존했으나 지금은 30%로 줄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원유 수입 수요가 줄고 있는만큼 전략비축유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당시 에너지부도 GAO의 전략비축유 축소 의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에너지부가 이번에 500만배럴을 환원한 후에 추가적으로 매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경험한 후 전략비축유를 저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략비축유를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연안에 있는 4곳의 저장시설에 분산 비축해 놓고 있다. 4곳 저장시설의 최대 비축용량은 7억2700만배럴이다. 현재 비축유 가운데 2억6200만배럴 가량이 황 함유량이 낮아 정제가 쉬운 '고(高)등급 원유(sweet crude)'이고 4억3000만배럴 가량은 저등급 원유다. 현재 비축 용량 6억9100만배럴은 미국이 37일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2013년 미국 하루 원유 소비량 1849만배럴 기준).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은 5억4500만배럴 수준이었던 전략비축유를 7억달러 수준까지 늘릴 것으로 명령했다. 부시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2005년 8월에 7억배럴 수준으로 증가했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처음으로 대규모 방출한 것은 1991년 걸프전 때 사막의 폭풍 작전을 수행하면서였다. 두 번째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영향으로 미국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정제 시설이 대부분 파괴됐을 때였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1년 리비아 공습 때 전략비축유 방출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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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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