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하와이 각료회의에서 타결 논의
미-일 실무협의에서 농산물-자동차 접점 찾아
참여 결정 앞두고 통상당국 고민 깊어져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협상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통상 당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그간 난항을 겪던 미국과 일본간 협상이 최근 급물살을 타며 높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TPP 참여를 두고 이해득실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TPP 12개 참가국은 9일부터 오는 16일까지 하와이에서 각료회의를 갖고 TPP 타결 논의를 진행한다. TTP 협정은 최근 미-일간 협상이 진전되면서 '올 봄 타결'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 대행은 일본을 방문, 오에 히로시 일본 협상 대표대행을 만나 실무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농산물과 자동차 분야 의견 접점을 찾을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일본은 5대 민감 품목인 쌀과 유제품, 설탕, 밀, 쇠고기·돼지고기에 대한 시장 개방에 거부 의사를 표시해왔지만, 최근 미국에 쌀 의무수입물량을 확대하고 돼지고기와 쇠고기에 부과하던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미국은 일본의 농수산시장 개방에 따라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부여하던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협상 이후 한국을 찾은 웬디 커틀러 대행은 지난 9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오찬간담회에 참석, "TPP 협상을 끝낼 단계에 가까이 와 있다"고 밝히며, TPP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일 협상 진전으로 TPP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정부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농수산물 시장 개방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모든 통상 협상에서 쌀을 아예 협상제외 대상으로 삼았으며, 앞으로도 모든 협상에서 쌀 양허제외를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 등 TPP 참가국들은 우리에게 참가 조건으로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결국 일본처럼 미국에게 쌀 의무수입물량을 확대하거나 쌀 외에 다른 시장을 개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헙정(FTA)으로 이미 쇠고기 등 시장을 개방한 만큼 미국측에 제안할 카드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 FTA로 미국 산업계에 쌓인 불만도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 의회에서는 한국측에 자동차 시장 연비와 이산화탄소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낙농분야 시장 개방에 대한 불만도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TPP 참가를 하지 않을 경우 수출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우려된다. TPP 참가 12개국은 세계 GDP의 38.9%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TPP 참여는 정치적 요인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이 포함돼 있어 TPP 참가로 한-일 FTA의 효과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TPP가 발효되면 세계 시장은 예외없는 시장개방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TPP에서 배제된다면 TPP 참여국으로 수출길도 막히게 되는 사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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