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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냉철한 미국-쉽게 들끓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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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2007년 4월1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서 재미 한국인 조승희씨가 교내 캠퍼스와 기숙사 등에서 총기를 난사해 33명이 숨졌고 29명이 부상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살인 사건으로 언급된다. 조씨는 한국 국적을 가진 영주권자였고 8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조씨로 인해 미국 내 반한 감정이 확산될까 우려했고 더 나아가 한미 동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우려는 기우였다. 정작 미국 현지에서는 개인의 문제로 분석됐고 국가 간, 또는 민족 간 감정대결로 확산되지 않았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 사건은 분명 충격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8년 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때와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테러(Terror)'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대신 '폭력(Viol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데올로기나 조직적 행위를 일단 배제하고 정확한 수사진행 상황을 엄중히 체크하고 있다. 미국은 사건 초기 유감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추가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사상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순식간에 '종북 논란'으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여야가 개인의 범죄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하더니 피의자 김기종씨가 과거 북한을 몇 차례 방문했고 좌파성향의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북'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것이다. 여야 대변인 간 입씨름은 8일 리퍼트 대사를 병문안한 김무성ㆍ문재인 등 여야 당대표 간 비판전으로 커지기도 했고 진보ㆍ보수 시민단체 간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 나라가 오랫동안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사회적 통합이 전제돼야 한다는 건 두 번 말할 필요가 없다. 노자는 "굳고 단단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라고 했다. 지금은 유연하게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을 바라보고 수사결과를 지켜볼 때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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