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월권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3일 본회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일부 법안들이 수정되거나, 법 처리 자체가 미뤄지는 일들이 벌어진 뒤에 벌어진 일들이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넣는 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법사위를 성토했다. 김 의원은 김진태 새누리당이 법사위 통과를 반대한 것과 관련해 "법사위 한 위원(김진태 의원)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행복 추구권이나 50%가 과도하다라며 (법사위 처리를) 잡은 것은 자구심사의 범위에 들어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유아보호법 개정안 역시 법사위에서 일부 수정된 것에 대해 "법사위의 정보에 비해서는 굉장히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복지위에서) 이야기하는데 법사위 위원회 한 마디 말로 그게 바뀐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동일한 국회의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괴감을 토로했다.
실제 본회의가 있었던 지난 3일에는 여야 보건복지위 위원이 한목소리로 법사위를 성토하기도 했다. 최동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모든 걸 국민을 위해 (법을) 만드는데 자꾸만 이렇게 지연되고 부결되고 하는 모습들이 실질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보면서 이제는 상임위에 통과된 법에 대해 법사위에서 월권하는 부분은 시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시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 역시 본회의 제안 설명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제한 설명을 마친 뒤 법사위를 비판했다. 그는 "국회법 37조1항 법사위는 법률안 국회규칙안의 체계 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 다루도록 하고 있다"며 "법사위가 변경한 법조문 옳고 그름이 아니라 법사위가 내용을 변경한다는 거 그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국회법 37조 1항에는 법사위의 소관 업무가 나오는데 여기에는 '법률안·국회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라는 대목이 포함되어 있다. 법사위가 타상임위의 법령에 대해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사위원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타상임위에서 합의됐더라도 헌법과 현행 법체계에 맞춰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6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담뱃값에 흡연 경고 그림을 넣는 문제에 대해 "과잉 입법으로 본다"며 "국가가 너무 시시콜콜하게 간섭하는 것 같아서 저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의원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법이 흡연자의 행복추구권과 흡연권 등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할 여지가 있어 소위에서 논의하자는 의견에 대해 월권 운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법사위의 월권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의원들간의 이견이 남아 있다.
법사위가 직면한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그동안 숙려기간 5일을 지켜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같은 원칙도 깨졌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다른 상임위에서 법안이 통과됐더라도 법사위에서 제대로 해당 법안을 살피기 위해 국회법에서 정한 5일간의 검토기간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원칙은 그동안 본회의 전에 법사위 열어 대거 법을 처리하던 국회 관행을 막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3일 법사위에서는 이같은 방파제 역시 무너졌다. ▶관련기사: 김영란법 심사 앞두고 주목받는 이상민의 '원칙론'
3일 법사위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건너온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숙려기간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전체회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로 넘어갔다. 이유는 국회법이 정한 긴급한 사유라는 이유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 때문이었다. 이 법들은 2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연합 두 여야 원내대표가 법사위 등 상임위의 심의권을 무시한 채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것들이다. 제대로 된 법안 검토라는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실제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숙려기간 지키려 했으나 양당 원내대표가 국회 법사위서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했다"며 "앞으로 진짜 이런 일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이날 법안이 법사위를 넘어간 직후 당일 오전에 처리된 법에 대해 법사위 검토의견을 만든 전문위원들을 향해 "검토보고 작성하는데, 오늘 회부된 거(*3일 오전 교문위에서 법안 의결 한 뒤 오후에 법사위에서 의결) 하느라고 졸속 부실하게 하셨죠.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자조(自嘲)하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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