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원자로’가 사우디에 처음으로 수출된다. 양국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MART 원자로를 공동으로 상용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원전운영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원자력 인력 양성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은 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 대통령궁에서 양국 정상이 입회한 가운데 '한-사우디 SMART 파트너십 및 공동 인력양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는 SMART 원자로의 사우디 건설 및 해외 공동 수출을 위한 건설 전 상세설계(PPE) 실시와 사우디 내 2기 이상의 SMART 원자로 건설, 사우디 내 SMART 추가 건설 및 제3국 수출 추진을 위한 SMART 파트너십 프로그램, 사우디대학 원자력학과 개설 지원 및 인력양성 공동센터 설립 등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담겨 있다.
양국 간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국내 연구진이 15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 2012년 세계 최초로 일체형 원자로 표준설계 인허가를 획득한 SMART 원자로 2기 이상이 향후 사우디에 건설되고 추가적인 공동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SMART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13개 민간기업이 참여한 한전(KEPCO) 컨소시엄이 1997년부터 15년간 3천447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100㎿급 일체형 원자로.
원자력연구원은 SMART는 100% 국산 기술로 완성된 토종 원자로여서 수출에 아무런 제약이 없고, 미국 등 선진국보다 먼저 표준설계 인허가를 받아 중소형 원전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대표적인 국내 원자력 연구성과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애초 정부와 원자력연구원이 SMART의 가장 유력한 수출 후보지로 꼽고 공을 들여온 나라다. 양국은 2011년 정부 간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했고 2013년에는 원자력연구원이 KACARE과 원자력 기술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와의 MOU 체결은 그동안 기울여온 이 같은 노력이 '실증로를 거치지 않은 SMART의 상용화 성공'과 함께 '수출 달성'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SMART는 출력은 대형원전(1천㎿ 이상)의 10분의 1이지만 원자로 주요계통 기기를 압력용기 하나에 배치해 안전성을 10배 이상 높인 일체형 원자로로, 국토가 넓고 도시가 분산돼 있어 송배전망 구축이 어려운 국가에 적합하다.
특히 전력 생산뿐 아니라 해수담수화, 지역난방 및 산업체 열 공급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물 부족이 심각한 중동국가가 유력한 수출 후보지로 꼽혀왔다.
SMART를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로 바닷물을 끓여 전기를 생산하고 일부 증기는 냉각해 담수를 만드는 해수담수화용으로 건설하면 인구 10만명인 도시가 사용할 수 있는 90MWe의 전기와 함께 하루 담수 4만t을 생산할 수 있다.
또 건설기간이 36개월 정도로 한국형표준원전(APR 1400, 58개월)보다 짧고 건설비용도 대형원전의 5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초기에는 1기당 1조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건설 기수가 늘어나면 7천억원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사우디와의 MOU 체결로 SMART가 기술 완성 후 2년 만에 상용화에 성공, 2조원 대의 수출과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중동 및 동남아 관심국가로의 추가 수출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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