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 덕분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해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을 제치고 세계 3대 연기금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이는 순전히 환율 효과 덕분이어서 빛이 바랜 성과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운용자산은 469조8229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ABP의 운용자산은 3000억유로에서 3440억유로로 14.7% 늘었다. 자산 증가율은 ABP가 국민연금보다 높았으나 지난해 원ㆍ유로 환율이 연간 8.1% 떨어진 탓에 원화로 환산한 ABP의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454조9125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연금보다 14조9104억원 가량 뒤진 것이다.
국민연금이 처음 ABP를 제친 것은 지난해 3분기말부터다. 당시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458조1965억원으로 ABP의 3340억유로(약 445조8900억원)를 12조3065억원 가량 앞섰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ABP의 운용자산은 국민연금보다 2조5075억원 가량 많아 일본 공적연금(GPIF)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에 이어 세계 3위 연기금이었다. 그러나 원화 가치 상승과 유로화 가치 하락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3위 자리를 국민연금에 내줬다.
올 들어서도 유로화 가치는 지속 하락해 국민연금과 ABP의 자산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달부터 시행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는 유로화 가치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세계 3대 연기금의 입지를 굳혀 가고 있지만 이는 온전히 환율 효과 때문이어서 실질적으로 국민연금의 운용 규모나 역량이 높아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ABP는 14.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3분의 1 수준인 5.25%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유로화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고 국민연금의 성장세 등을 감안하면 세계 3위 연기금이라는 타이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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