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시계아이콘03분 28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태안 봄맞이 드라이브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태안반도 남쪽 운여해변 방파제, 그 길 위에서 솔숲 너머의 바다를 뜨겁게 달구며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황홀한 낙조를 만난다.
AD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봄바람의 기운이 궁금합니다. 차창을 내려 손을 뻗어 봅니다. 훅 하고 밀려들어와 머릿결을 만지던 바람 속에서 봄향의 기운이 가득 실려 있습니다. 하늘은 맑았고 둥실 둥실 떠 다니는 뭉게구름속 햇빛은 따뜻합니다. 안면송은 싱그럽게 숨을 토해내고 태안바다는 반짝반짝 금빛 비늘을 쏟아냅니다. 꾸지나무골, 꽃지, 바람아래, 운여…. 이름도 이쁜 해변들이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합니다. 태안 바다가 내어준 눈부신 봄을 맛봅니다. 어느새 내품으로 봄이 안겨 옵니다.
 
충남 태안은 3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다.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을 쭉 펴면 530㎞에 달하는 아름다운길이 생긴다. 이 길을 따라 32개의 해변과 45개의 항ㆍ포구 그리고 서해안에 흩뿌려진 보석 같은 섬들이 장관을 이룬다.


봄이 오는 길목, 바닷바람에 실린 봄내음을 따라 태안 해변 드라이버에 나섰다.
태안의 북쪽끝인 꾸지나무골이 시작이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를 따라 25㎞이상 가야 하는 먼거리지만 해변을 둘러싼 송림과 바위를 뒤덮은 조개껍질이 운치를 더 한다. 꾸지나무골 아래 사목은 모래가 넘쳐 난다. 모래가 많이 밀려오는 지역이라는 이름답게 모래 찜질이 유명한 곳이다.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만리포해변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국내유일의 신두리해안사구(砂丘)

603번 지방도를 따라 나오다가 이원 방조제를 지나면 학암포와 만난다. 학(鶴)이 노닐던 바위(岩)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름다운 바위가 난초와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학암포 아래 구례포 해변은 KBS 드라마 '먼동'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 파도가 잔잔하고 알맞게 형성된 백사장이 포근한 안식을 제공한다.


구례포를 지나면 국내유일의 신두리해안사구(砂丘)다. 천연기념물 431호로 '한국의 사막'으로 불리는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3.4㎞에 폭 500∼1300m로 바람과 모래, 그리고 시간이 빚은 모래언덕이다.

해안사구란 말 그대로 바닷가의 모래언덕으로 파도에 의해 밀어올려진 모래가 오랜 세월 바람에 날리며 쌓여 형성된 신비의 땅이다.


바람이 불자 모랫바람이 언덕을 넘어 흩어진다. 바닷바람이 쓸고 간 모래언덕에는 아름다운 물결무늬가 선명하다.


634번 지방도를 따라 내려간 뒤 32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하면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해변을 차례로 만난다. 하지만그 전에 꼭 들려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원북면 읍내에 있는 박속밀국낙지탕이다. 태안의 개펄이 품은 부드러운 세발낙지와 박 속으로 우려낸 국물을 먹다보면 목젓을 타고 넘는 봄 기운이 짜릿하다.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안면도 가는길에 만난 겨울배추밭


다시 길을 나선다. 갈음리해변은 32번 국도를 나와 태안읍으로 가다가 다시 603번 지방도를 타고 우회전, 안흥내항과 안흥외항(신진도) 방향으로 달리는 길에 만난다. 울창한 소나무와 고운 모래가 인상적이다. 이정표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터라 한적하기까지 하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주인공 이병헌과 이은주가 송림이 드리운 해변 앞에서 어설픈 왈츠를 추는 장면을 이 곳에서 찍었다. 여기까지면 태안의 절반 정도를 본 셈이다.


603번 지방도를 도로 나와 이제 77번 국도와 만나면 안면도 방향으로 내려간다. 몽산포, 청포대 등 무려 13㎞나 이어지는 해변을 지나면 안면도다.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남면의 드르니항과 마주한 작지만 정겨운 백사장항은 안면도의 들머리다.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라 육지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곶이었다. 조선 시대에 곡물 운반선의 왕래를 쉽게 하기 위해 땅을 잘라 섬으로 만들었다. 다시 육지가 된 것은 1970년 안면대교가 세워지면서부터였다.


안면도에 들면 군도 14호선인 서부해안도로를 꼭 타야한다.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을 보면 동해안에 온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지만 이곳은 석양이 아름다운 서해다.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려보면 서해의 절경, 낙조를 배경으로 해안의 야릇한 속살을 볼 수 있어 더없이 낭만적이다.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꽃지해변의 빛내림이 장관이다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방포다리를 넘어로 꽃지의 일몰이 시작되려한다


꽃게와 대하의 집산지인 백사장항과 삼봉해변을 지나면 두여해변이 나온다. 나무가 우거져 도인들이 도를 닦던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도여라고 불리다가 두여로 변했다.


인근 밧개해변은 곳곳에 모래 언덕이 있고 어패류와 해초가 많아 살아있는 바다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꽃지를 앞두고 코끝에 파고 드는 봄바람에 향기를 더한다. 솔향이다. 남한 땅의 동쪽에 울진 금강송이 있다며 서쪽 안면도에는 안면송이 있기 때문이다.


안면도의 소나무는 조선시대 강력한 산림보호정책에서 비롯돼 벌써 6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안면송을 제대로 만나보기 좋은 곳이 안면도 자연휴양림이다. 매표소에서 산림전시관을 거쳐 숲속의 집까지 다녀오거나 휴양림을 둘러싼 야산에 오르는 동안 솔향 그윽한 송림욕에 푹 빠져볼 수 있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다가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를 걸으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싱그러워지는 기분이다.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태안의 해안마다 잡은 생선을 말리는 풍경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백사장항의 풍경


서해안에서도 태안의 낙조는 자연이 빚은 최고의 풍경화다.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포구로 돌아오던 어선이 해 속에 갇히고 갈매기들이 무시로 해 속을 드나들 때쯤 태안의 바다는 거친 질감의 유화로 거듭난다. 꽃지해변이 꼭 그렇다. 낙조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를 배경으로 삼는다. 100m 정도 떨어진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떨어지는 해가 시시각각 빚어내는 낙조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름답다.


2012년에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2위를 차지한 꽃지는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지면 굴이나 조개를 캐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꽃지를 지나면 곧 샛별해변이다. 해변의 이름이 '샛별'이라니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해안 사이에 뻘이 있다고 해서 '샛뻘'로 불리던 것을 마을 주민들이 '샛별'이라고 고쳐 불렀다.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봄빛이 가득한 태안바다


샛별을 지나면 태안해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가 기다리고 있다. 운여해변의 방파제 남쪽 끝. 그 길 위에서 솔숲 너머의 바다를 뜨겁게 달구며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황홀한 낙조를 만난다. 낙조무렵에 밀물이 들 때 그 호수 앞에 서면 잘려진 방파제가 마치 솔섬처럼 떠오르는데 그 뒤로 붉은 해가 넘어가는 모습이 단연 압권이다. 해가 지고 푸른 어둠이 다가오는 시간까지 펼쳐지는 풍경은 어찌나 서정적인지 가슴이 다 뭉클해진다.


운여해변을 지나면 가장 남쪽에 있는 바람아래해변이다. 이곳에서 용이 승천하며서 큰 바람과 파도가 일었고 강풍이 불 때면 바람의 여신이 지켜 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바람아래를 나서면 태안 최남단의 작은 항구인 영목항에 든다. 운여해변을 붉게 달군 하늘은 어느새 어둠을 몰고 왔다. 항구마다 하나 둘 가로등이 불을 밝힌다. 밤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비릿한 바닷내음이 상쾌하다. 태안 해안을 따라 봄 드라이버는 이 곳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어느새 봄이 내품에 안겨 있다.


태안 =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나 홍성IC를 나와 태안군청까지 간다. 군청 앞에서 634번 지방도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다 603번을 갈아 타면 꾸지나무골이다. 태안군청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안면도방향이다.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태안 해안도로


△먹거리=우럭과 굴이 좋다. 안면도 우럭은 육질이 연하지도 질기지도 않아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 자연산 안면굴의 담백한 맛도 빼놓을 수 없다. 굴밥을 내는 함바위굴밥집(041-674-0567)과 돌솥밥으로 유명한 해성굴밥 등이 입소문 났다. 원북면 소재지에 있는 원풍식당(041-672-5057)은 박속밀국낙지탕이 유명하다. 태안군 등기소 길 건너편에 있는 토담집(041-674-4561)은 꽃게장백반과 꾸덕꾸덕 말린 우럭으로 끓여내는 우럭젓국이 맛나다. 횟집은 방포항 일대에 몰려있다. 횟집 중에서는 방포항과 꽃지해변을 잇는 꽃다리 부근의 방포회타운(041-674-0026)이 알려져있다.

구불구불 태안반도 530km 해안선을 달리다 박속밀국낙지탕


△볼거리=천리포해수욕장과 만리포해수욕장 사이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041-672-9982)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목련, 호랑가시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무궁화 등 1만5000여종의 수목을 보유하고 있다. 귀화한 미국인 고 민병갈씨가 40년 전부터 조성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만큼 가치있고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남면의 그린리치 팜(041-675-0656)은 홍가시 등 200여종의 희귀 수목을 보유한 수목원으로 겨울에도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