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 혼다 자동차가 최근 제품 신뢰도 회복을 위해 몸부림치는 광폭 행보로를 보여주고 있다. 혼다가 '품질 경영'에 주력하는 이유는 지난해 대규모 리콜 사태 여파로 땅에 떨어진 제품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혼다 자동차가 23일(현지시간) 6년만에 사장 교체를 단행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현 이토 다카노부 사장에게 지난해 리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혼다는 7년만에 세계 최대 포뮬러원(F1) 월드 챔피언십 복귀도 결정했다. 자동차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혼다 자동차의 우수한 품질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토 현 사장은 오는 6월 정기 주주총회 후 고문으로 물러날 예정이다. 후임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인 하치고 다카히로 상무가 내정됐다. '품질 경영'에 방점을 찍은 인사인 셈이다.
이토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리콜 사태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의 사임이 리콜 사태와 연계돼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한 것이다. 그는 "글로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빠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혼다를 이끌 새로운 젊은 에너지가 필요한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어드밴스드리서치재팬의 엔도 코지 애널리스트는 "외부에서 봤을 때에는 이토 사장이 책임을 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혼다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다카타 에어백 문제만이 아니라 지난해 10월에는 '피트'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소프트웨어 결함이 발견돼 혼다 자동차의 제품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품질과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후 혼다는 일부 신차 생산 시기를 늦췄다. 품질 확보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는 매출 둔화로 이어졌다.
혼다는 지난 1월 리콜 비용과 판매 부진을 이유로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순이익 예상치를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번 회계연도 두 번째 실적 전망 하향조정이었다. 당시 혼다는 회계연도 연간 판매대수 예상치도 462만대에서 445만대로 하향조정했다.
혼다는 2012년 이토 사장이 잡았던 2017년 3월 연간 판매량 600만대 달성 목표도 폐기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치고 내정자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토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6월 취임한 구원투수였다. 하치고 내정자 역시 지난해 리콜 사태로 위기를 맞은 혼다가 등판시킨 또 다른 구원투수인 셈이다. 이토 사장이 55세에 사장에 올랐던 것처럼 하치고 내정자의 나이도 올해 55세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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