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메이저 4연승, 이른바 '타이거슬램'이 신기술을 장착한 골프공 덕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골프채널의 해설가 프랭크 노빌로는 18일(한국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즈는 2000년대 초반 솔리드공으로 톡톡히 효과를 봤다"고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와운드공을 사용하던 2000년 5월 우즈는 가장 먼저 솔리드공으로 바꿨고, 6월 US오픈을 기점으로 7월 디오픈, 8월 PGA챔피언십 등 메이저 3연승을 포함해 시즌 9승을 쓸어 담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와운드공이 코어 위에 고무실을 감은 반면 솔리드공은 코어를 두 겹으로 감싼 뒤 우레탄 커버를 씌워 일관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즈는 실제 이듬해인 2001년에는 마스터스를 제패해 메이저 4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위업을 달성했다. 노빌로는 "솔리드공이 처음 출시됐을 때 다른 선수들은 새로운 공으로 쉽게 바꾸지 못했다"며 "우즈가 훌륭한 기량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 때는 공평한 게임이라고 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석은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이 출시된 2004년 마크 캘커베키아와 조 듀란트(이상 미국) 등이 생애 최고의 기록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연거푸 우승을 일궈냈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호사가들은 "우즈의 독주가 프로v1 탄생 이전 비슷한 효과를 가진 나이키 투어 어큐러시 골프공을 독점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프로v1은 '접합부위 정렬효과', 이른바 '요술공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두 개의 커버를 붙여서 하나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생긴 딤플이 거의 없는 접합 부분을 때리면 비거리가 20야드 정도 늘어난다"는 대목이다. 잭 니클라우스는 "항상 차이가 있었다"며 "미국골프협회(USGA)는 절대로 이 공을 승인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고, 스튜어트 싱크(미국)는 "선수들이 티잉그라운드에서 공을 정렬했다"고 거들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샌디에이고 골프연구소의 도움을 얻어 테스트를 해봤더니 조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평균 6야드 가량 비거리 차이가 났다는 실험 결과도 도출됐다. 진 페어렌테 연구소장은 "접합부위를 때렸을 때 보다 파워 있는 비행궤도가 나왔다"고 했다. 딕 러기 USGA 수석기술국장은 그러나 "대칭규칙(3야드 이내, 0.2초의 체공시간)을 통과해 적법하다"며 무시했다. 오늘날 프로v1이 골프공시장을 장악하는데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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