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큰손, 코스닥 귀환...아직 신중론
-최고가 행진 벌이다 이번주 들어 보합세
-박스권 넘어 반등 보여줘야 상승세 확산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노태영 기자]"코스닥 최근 살아나는 것 같잖아요. 실제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해서 왔어요."
9일 오후 한 대형증권사 여의도 지점.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A(35ㆍ남)씨는 평 소 컴퓨터(HTS)나 모바일(MTS)로 주식을 거래해 왔지만 오래간만에 투자 포트폴리 오도 바꿀 겸 직접 객장으로 나왔다고 했다. A씨만이 아니다. 시황판을 마주하며 마련된 좌석은 이미 가득 찼고 쉰 명 남짓 고객들은 최근 증시 분위기를 살펴보는 눈치다.
지인들과 함께 주식 쇼핑에 나선 주부도 눈에 띈다. B씨(43ㆍ여)는 "저녁 뉴스 보 다보니 주식시장이 괜찮은 것 같아 친구 몇몇이랑 투자해보려고 상담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때 남편의 '묻지마' 투자로 억대 빚까지 경험한 뒤에는 주식이라면 거 들떠 보지도 않던 B씨에게도 최근 코스닥의 상승세는 솔깃했다. 코스닥 지수는 지 난달에만 8.35% 오르는 등 올들어 연고점(2월 6일, 604.13)까지 최대 11.26% 상승 했다.
달리는 지수에 코스닥 주식을 사고파는 손놀림도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 상장주식 회전율은 작년말 대비 2.7%포인트 증가한 44.05%로 유가증권 시장(18.99%) 대비 두 배 이상이다. 새로 주식계좌를 트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이날 전화로 문의한 중대형 증권사 두 곳의 경우 올해 1월 신규 주식계좌수가 전 월대비 각각 15%, 23% 증가했다. 두 증권사 모두 최근 3년 해마다 신규 주식계좌 수가 줄어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큰 손들에게도 최근 장세는 흥미롭다. 강남권의 프라이빗뱅커(PB)는 "요즘 큰손을 포함해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라면서 "중국 관련주 등 성장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는 많다"고 귀띔했다.
다만 개미, 큰손 할 것 없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아직은 소위 '달리는' 종목군 에 편중된 모양새다. A씨는 새로 포트폴리오에 담을 종목에 대해 "중국 관련 게임 이나 화장품, 헬스케어에 투자해볼까 한다"고 전했다. 김해광 하나대투증권 한남 동 지점장은 "최근 개별 종목이 살아나면서 큰손들도 코스닥시장에 기대감을 품고 있지만 시장 체력이 약화돼 있어 큰 틀에서 어려움은 계속 있다"면서 "소수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리는 코스닥시장에도 아직 경계감을 품은 투자자는 상당하다. 개인투자자 C(68 ㆍ남)씨는 지난해 사들인 유가증권 종목이 반토막났지만 계속 묻어둘 생각이다. 그는 "코스닥이 요즘 조금 오른 것 같지만 그래도 우량주에 투자하는 게 길게 볼 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진명 대신증권 영업부장은 "일반 투자자에 게 코스닥시장은 닷컴 버블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많고, 오히려 기관이나 소수 자산가들에게 적절한 투자 타이밍으로 비춰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코스닥 지수가 상승폭을 반납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분위기가 반전되기도 한 다. 9일 코스닥지수는 최근 나흘 상승폭을 반납하며 지난 3일 종가와 가까운 593.75로 하락 마감했다. 10일 오전 9시36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1.82포인트 추가 하락한 591.93을 기록하고 있다.
심재우 HMC투자증권 강남센터 부센터장은 "올들어 코스닥에 대한 문의도 늘었고 실적시즌을 겸해 지난주까지 모바일게임 등 코스닥시장 관련 종목에 대한 고객들 의 관심이 뜨거웠지만 이번주 들어 금새 잦아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투 자업계 관계자는 "박스권 돌파에 이은 추가 반등세를 보여줘야 그간 낙폭이 과도 했던 코스닥 IT, 전기전자 업종 등 2차 상승 기대 종목까지 수급이 확산ㆍ순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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