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사업비 절감과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며 인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손보사들의 속을 끓이고 있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협회에 가입된 18개 손보사는 작년 한 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총 1조원 이상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시된 작년 1∼9월까지의 적자는 6003억원이다. 10∼12월 실적은 현재 집계중이지만, 2013년 같은기간(3840억원 적자)과 비교해 손해율이 더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적자 규모는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는 2010년 1조5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손보사들의 지난 10년(2004~2013년)간 자동차보험 부분 적자 규모는 7조2300억원에 이른다. 2004년 4264억원, 2006년 9844억원, 2008년 2091억원, 2010년 1조5369억원 등 매년 2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그나마 대형 손보사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자동차보험 분야의 적자를 다른 일반 손해보험이나 장기보험의 흑자분으로 메울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동부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의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2010년 이후 4년째 동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소형사, 특히 전업사의 경우 그럴만한 여력이 전혀없다. 이 때문에 메리츠ㆍ한화ㆍ롯데 등 중소 보험사들은 영업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자동차보험의 비중을 축소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말 기준 메리츠 화재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13.5%로 2013년 3월 말(17.1%)과 비교해 3.6%포인트 줄었다. 한화손해보험(14.1%→13.7%)과 롯데손해보험(24.2%→22.8%)의 비중도 낮아졌다. 특히 흥국화재의 경우 지난해 8월 말 자동차보험 비중이 8.7%로 2년반 전인 2012년 3월 말(15.0%)에 비해 반토막났다.
이에 보험사들은 손해보험협회를 중심으로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당국을 설득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준비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은 77% 안팎인데, 작년엔 90%에 육박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며 "최소한의 보험료 인상으로 적자 경영을 보전해 줘야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보험사들 스스로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며 보험료 인상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구노력을 조금 더 기울인 다음에 인상 시기와 폭을 논의하는게 맞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이야기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잘라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