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적자 포함 전체 실적 '16兆 흑자'
당국 "엄살 불과, 충분한 이익구조"
"자구노력 없는 보험료↑ 요구는 생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만성 적자인 자동차보험을 근거로 금융당국에 사실상 보험료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손보업계가 매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남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살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열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간 간담회에서 손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자동차보험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보험료 인상의 경우 서민들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보험료보다는 수리비 과다청구나 치료비 지급 등에 초점을 맞춘 제도 정비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보험료 인상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읽힌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이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손해보험협회에 가입된 18개 손보사들의 지난 10년(2004~2013년)간 자동차보험 부분 적자 규모는 7조2328억원에 이른다. 2004년 4264억원, 2006년 9844억원, 2008년 2091억원, 2010년 1조5369억원 등 매년 적게는 2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올해 또한 8000억원 안팎의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손보사들이 이같은 대규모 적자에도 보험료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눈치'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거의 대부분의 가계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해 있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논리로 보험료 가격 인상을 불허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충분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보험이나 일반 손해보험을 통한 수익과 자산운용을 통한 투자영업에서 자동차 부분의 적자를 메우고도 충분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실제 18개 손보사들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벌어들인 총 수익은 15조9552억원, 약 16조원에 이른다. 매년 평균 1조6000억원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특히 2011년과 2012년엔 2년 연속 2조3000억원 안팎의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적자를 봤다는 자동차 부분의 손실분(7조2328억원)을 모두 메우고 남긴 실적이다. 자동차 부분을 제외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엄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와 장기 불황으로 생명보험사는 수천명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데, 같은 업계인 손해보험사는 되레 인력이 늘었다"며 "먹고 살만하니 직원을 늘리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부분에서 이익을 남겨 자동차 적자를 메울 수 있음에도 자동차 한 부분의 적자까지 메워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로 판단된다"며 "경영상 정말 힘들다면 경영개선,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을 시도한 후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는 "일괄적인 요금 인상이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 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과 꾸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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