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오현길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12일 대통령 신년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 재계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가석방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법무부의 판단에 맡겼다. 이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2월 설이나 3월1일에는 일부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기업인 가운데 법정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킨 기업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고 절반 가까이 복역 중이다.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 복역 기록을 세우는 셈이다. 만기출소 시점은 2017년 초다. 동생인 최 부회장도 징역 3년6월을 받아 수감 중이며 이미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웠다.
최 회장은 그동안 옥중에서 사회적 기업 전문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펴내는 등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해왔다. 특히 최 회장의 둘째 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손녀인 민정씨는 재벌가 딸 가운데 처음으로 군 장교로 입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SK는 그동안 최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 왔지만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떠올린다.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지난해 말 '삼성 4개 계열사 빅딜'을 신호탄으로 직무를 재개했고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한 굵직한 인수합병(M&A) 등 의사결정이 빨라지면서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이다.
한편 재계는 가석방과 함께 특별사면도 내심 바라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대표 이사직으로 복귀하려면 집행유예 기간 5년을 채우고도 법에서 정한 기간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 특별사면은 김영삼 정부 시절 9차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각 8차례, 이명박 정부 7차례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설 특사'를 생계형 범죄자에 한해 단행한 것밖에 없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종=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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