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전슬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회견에서 25분간 신년구상을 발표하고 기자 16명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했다. 신년구상은 18분이던 지난해보다 길어졌고, 질문자도 12명보다 4명 늘었다.
회견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거웠다. 배석한 정홍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 대통령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의 표정도 시종 굳어있었다. 세월호ㆍ정윤회 문건 파문 등을 뒤로하고 집권 3년 차의 힘찬 출발을 선언하겠다는 게 이번 회견의 취지였지만, 3일전 터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사퇴라는 돌발변수가 상황을 급반전 시킨 것이다.
애초 경제활성화 대책과 통일기반구축 등에 방점이 찍힌 회견 내용도 김기춘 비서실장·비서관 3인방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에 매몰됐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첫 질문 역시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책을 묻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의 신년구상은 문건파문에 대한 유감표명, 경제활성화 방안, 통일정책 등 크게 3개 분야로 나누어 구성됐다. 신년구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로 A4 용지 14장 분량 중 42번 등장했다. 다음으로는 국민(39번), 개혁(13번) 순이었다.
지난해는 '국민'이 가장 많이 언급돼 28장 중 26번이었다. 이어 경제(24번), 창조경제(10번), 개혁(7번) 순이었다. 1년 새 경제와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문건유출을 언급하며 힘 있는 목소리에 강한 표정을 지었고 질의응답에서도 이 문제가 나오면 손짓을 써가며 "조작이다" "관계없다" "정신 차리고 살아야"와 같은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을 감안한 듯, 회견장 분위기를 '토론장'처럼 꾸미는 등 신경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기자들이 둘러앉는 형태로 의자 배치를 바꾼 것이다. 대통령이 연단에서 발표문을 읽는 동안 줄지어 앉은 기자들이 이를 받아치는 모습보다는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자회견을 마친 뒤 2층 브리핑룸에서 계단을 이용해 1층 기자실로 내려와 기사를 작성중인 기자들과 인사하고 담소를 나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질문 내용이 서로 겹치지 않기 위해 사전 조율했으나, 이를 청와대에 제공하지 않았다. 지난해 회견 때 관례대로 청와대에 질문지를 제공했던 것이 '각본 논란'을 일으킨 바 있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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