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에 사는 박모씨(71세)는 자녀들에게 손벌리는게 싫어 2011년 4월경 5억원 남짓하는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그 이후 박씨의 통장엔 매월 177만4000원이 자동 입금됐고, 그는 이 돈으로 손자들 용돈은 물론 가끔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평소 박씨의 생활이 부러웠던 친구 이모씨(71세)도 최근 주택연금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고 상담사에게 연금액을 얼마정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박씨와 같은 아파트, 똑같은 평수의 집이지만 월 수령액은 박씨에 비해 12만8000원(7.2%)나 적은 164만6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상담사는 이마저도 2월 1일 이후 가입할 경우 2000원 정도 더 줄어든다며 빨리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주택을 담보로 매월 연금방식으로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의 수령액이 최근 4년새 최대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앞으로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주택연금 가입 희망자는 조금이라도 일찍 신청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2월 1일부터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의 월 수령액은 이전 가입자에 비해 평균 1.5%(최대 4.1%) 줄어든다. 2012년 처음 감소세를 나타낸 이후 4년 연속 줄어들게 된 것이다.
주택연금은 2007년 도입 이후 2011년 가입자까지는 수령액에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2012년 2월 가입자부터 수령액이 평균 3.1%(최대 7.2%) 줄어든 데 이어 이듬해인 2013년에도 평균 2.8%(최대 3.9%) 감소했다. 또 지난해 가입자들의 수령액은 전년 대비 평균 0.6%(최대 1.3%) 줄었고, 올 2월 이후 가입자는 이보다도 평균 1.5%(최대 4.1%) 더 감소한다. 이를 감안할 경우 내달 이후 가입자들의 주택연금 수령액은 2011년 이전 가입자에 비해 평균 7.4%, 최대 10% 이상 줄어들게 된다.
실제 2011년 이전에 주택연금에 가입한 3억원 짜리 주택을 가진 60세 노인은 월 70만9000원을 받지만 올 2월 이후 가입자는 68만3000원을 받는다. 2만6000원(3.6%)이 줄어드는 것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주택연금 수령액의 차이는 커진다. 3억원 짜리 주택을 보유한 70세 노인은 내달 가입시 2011년 이전 가입자의 수령액(106만5000원)보다 7만9000원(7.4%) 줄어든 98만6000원을 받는다. 80세는 168만9000원에서 151만8000원으로 17만1000원(10.1%)이나 감소한다.
문제는 주택연금 수령액이 계속해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장기 주택가격 상승률, 기대수명, 금리 등을 바탕으로 재산정된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률은 지지부진한데 반해 기대수명은 늘고 금리는 낮아 연금수령액 감소 요인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주택연금 수령액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체감물가는 자꾸 오르는데 주택연금 수령액은 오히려 뒷걸음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여건을 반영하듯 꾸준히 늘던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작년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한 해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총 4900명으로 전년(5300명) 보다 8% 줄었다. 2007년 상품 도입 이후 가입자가 매년 30~70%씩 꾸준히 늘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이에 대해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은 환경 요인이 크다"며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가입을 빨리할수록 수령액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수령액이 적어도 나중에 남는 주택가치 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로서는 전혀 손해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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