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베네수엘라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금리가 10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로 폭등했다. 국제유가 급락 탓이다. 원유는 베네수엘라 수출의 96%, 정부 수입의 4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5년물 베네수엘라 CDS 금리는 전일 대비 832bp 폭등한 4019.57bp를 기록했다. 832bp도 하루 상승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FT는 베네수엘라의 CDS 금리가 아르헨티나보다 높아졌다며 베네수엘라가 국가 부도에 대비하는 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OPEC은 내년 OPEC 원유에 대한 수요가 하루에 2890만배럴을 기록해 올해 2940만배럴보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선물 가격은 4.5%, 영국 런던 인터컨티넨탈 거래소(ICE)의 브렌트유 내년 1월 선물 가격은 3.9% 급락했다.
베네수엘라 CDS 금리는 국제유가 급락이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네 배로 뛰었다. 가뜩이나 불안하던 경제에 유가 급락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국가 부도 위험이 치솟고 있는 셈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베네수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가 하락으로 내년 베네수엘라의 수출 규모가 250억달러 가량 줄 것이라고 추산하며 내년에는 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부도 위기를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도미니카 공화국과 자메이카에 돈을 빌려주고 받은 채권을 골드만삭스에 매각했다. 베네수엘라는 상당히 할인된 가격에 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또 최근 외환보유고의 개념을 확대해 다이아몬드와 같은 귀금속도 외환보유고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다이아몬드 등은 실제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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