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SK텔레콤이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장동현 전 SK플래닛 부사장이 발탁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안착하지 않은 국내시장에서 주력사업인 통신 경쟁력을 지키고, 동시에 헬스케어·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신규사업을 통한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전임 대표의 숙제를 잘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2015년부터 SK텔레콤을 이끌어갈 대표로 장동현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임명한다고 9일 밝혔다.
그는 그룹 내에서 SK텔레콤을 데이터 중심 산업으로 이끈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2011년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 재직 당시 '4G LTE 전용요금제' 등을 만들고, SK플래닛에서는 11번가 글로벌 진출 가속화하는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다양한 업무 파트너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친화력을 가졌다.
SK그룹 관계자는 "30대에 임원에 발탁 후 재무·전략·마케팅·플랫폼 등 핵심보직을 두루 거치며 SK가 중장기적으로 육성해온 준비된 차세대 CEO(최고경영자)"라며 "후배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포용력을 지닌 리더"라고 전했다. 현재 통신업계가 출혈적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기획과 마케팅 경험이 많은 장 대표를 통해 SK텔레콤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의 가장 큰 숙제는 내수 위주의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그룹 내 ICT 분야 지주사 위상을 갖고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특성상 내수에만 주력, 시장의 포화가 심화되면서 정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SK그룹이 '글로벌 파트너링', 즉 해외 유수 업체와의 인수합병(M&A)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SK텔레콤도 국내에서의 보조금 싸움을 벗어나 미래 성장산업 진화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하성민 전 SK텔레콤 대표는 신성장 동력으로 솔루션, 헬스케어, 빅데이터, IoT를 선정한 바 있다. 특히 가장 공을 많이 들였던 헬스케어 사업 부문은 해외시장에 진출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규모로 육성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고객개인정보 불법유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홍역을 치르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처음 시작하는 사업은 하나씩 사업경력을 쌓으면서 확장해야 하지만 시작단계부터 법 위반 꼬리표가 붙으면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사업에 차질이 발생하면 해외시장에서 바라보는 눈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SK텔레콤 헬스케어 사업의 성장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보조금 대란, 개인정보 유출, 통신장애 등 올 한해 무너진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통 3사의 삼각구도 경쟁 속에서 보조금 혈전 대신 서비스 등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단통법이 시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시장 정상화에 힘쓸 것을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LTE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폭증하는 데이터에 따른 네트워크 망 리스크 관리, 원활한 데이터 확보를 위한 주파수 확보 등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재난망에 할당하고 남은 700MHz 대역 주파수는 현재 통신업계와 방송업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700MHz(108MHz폭)를 재난망(20MHz폭)에 우선 할당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남은 대역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 통신이 늘면서 망 관리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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