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비명시적 지급여력 구두권고(150%) 단계적 폐지
악사손보 올 3분기 130%로 급감
현대라이프도 21.2%포인트 줄어
"위험대비 자본확충 자율적 노력을"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악사손해보험과 현대라이프생명 등 일부 보험회사들의 올해 3분기 위험기준 자기자본(RBCㆍRisk Based Capital)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비명시적 지급여력 구두권고(150%)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지만 보험사의 자율적인 확충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악사손해보험의 올해 9월 말 RBC비율은 130.4%로 전분기 대비 16.2%포인트가 줄었다. 이는 금융당국의 RBC비율 권고치 보다 20% 정도 떨어지는 수치다. 악사손보는 올 들어 RBC비율이 3월 말 152.8%에서 6월 말 146.6%, 9월 말 130.4%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보험위험액 등 지급여력기준금액이 증가한 반면 당기순이익 등 지급여력금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현대라이프생명과 롯데손해보험도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 문턱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현대라이프 RBC비율은 올 1분기 말 122.2%에서 2분기 말 181.6%로 올랐다가 3분기 말에 160.4%로 떨어졌다. 특히 3분기는 전분기 대비 21.2%포인트나 줄었다. 롯데손보 RBC비율은 1분기 153.1%, 2분기 154.2%, 3분기 153.2%를 기록했다.
현대하이카 RBC비율도 같은 기간동안 152.6%, 144.8%, 147.5%로 권고치 밑으로 떨어졌다. MG손해보험은 RBC비율이 올 2분기 205.4%에서 3분기 156.7%로 48.7%포인트가 줄었다.
RBC는 보험권역에 적용되는 자기자본 규제제도다.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발생 시에도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책임준비금외에 추가로 순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대형 보험사의 파산 및 부실을 계기로 재무건전성 확충 필요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4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RBC비율은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 산출한다.
국내 대부분의 생손보사들의 RBC비율은 보험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재무건전성 최저기준(100%)을 크게 상회한다. 대부분 200∼300% 이상이다.
보험사가 RBC비율 100% 미달시 경영개선 권고에서 명령까지 단계적 적기시정조치가 가능하다. 금융당국 권고치 미만이나 문턱에서 오르내려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제적 건전성 감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RBC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RBC비율 취약 우려 보험사는 증자, 후순위채발행 등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또 금융당국이 지급여력 권고치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만큼 보험사 자율적으로 자본 확충 노력에 더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라이프는 지난달 4일 RBC 비율 하락에 대비해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금융당국도 유동성 위기가 있거나 재무건전성 문제가 있는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만,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후순위채가 향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라이프의 후순위채 발행금리는 지난해 5월 연 4.91%였지만 같은 해 11월에는 5.25%로 올랐고 지난달 발행분은 5.3%를 기록한 바 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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