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국가 재정 지출이 축소되는 중에도 경제가 타오르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필리핀이다.
현재 필리핀은 다른 국가의 부러운 시선을 받기 충분하다. 상당수 국가들이 재정 지출 축소를 해야 하지만 자칫 부진한 경제에 기름을 부을지 모른다는 우려에 시달리고 있지만 필리핀은 다르다.
올해 필리핀의 재정지출은 2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6%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 소비는 5.2%가 늘었다. 소비가 뒷받침 되다 보니 산업생산 증가율도 7.6%나 됐다. 서비스업 증가율도 5.4%에 이른다.
27일 발표된 지난 3분기 GDP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하는데 그치며 6% 이상을 예상한 시장의 기대치에 못미쳤음에도 필리핀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시선이 긍정적인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오는 2019년까지 필리핀 경제가 연간 6%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195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성장세로 평가받을 정도다.
투자은행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대니얼 마틴 애널리스트는 "3분기 GDP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아시아 신흥국중 필리핀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성과를 보이며 재정 건전성이 확보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는 동시에 해외송금 유입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대형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도 이런 점을 감안해 올해 필리핀의 GDP 성장률을 6.5%에서 6%로 낮췄지만 내년 전망치는 6.5%로 유지했다.
특히 15세 이하 젊은이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이 향후 소비여력 확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재외국민들이 보내주는 송금액이 지난해 230억달러에 이른데 이어 올해 5%, 내년 5.5%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 경제의 10%를 차지하는 송금액의 증가는 국가 경제 활력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대통령 취임이후 부패 척결과 투자적격 신용등급 회복, 사업환경 정비 등이 이뤄지면서 최근 필리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HSBC의 트린 뉴엔 애널리스트는 "2016년 대선이 치러지는 시점에는 필리핀 경제가 지난 100년 사이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필리핀 최대 기업인 아얄라의 최고재무책임자인 델핀 곤잘레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소비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의 기회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투자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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