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공공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10명 중 8명 이상은 발주자의 불공정 계약과 우월적 지위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펴낸 '공공 발주자의 불공정 계약과 우월적 지위 남용 실태 조사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건설 현장 직원(75명)의 85.3%가 '공공공사 수행 과정에서 발주자의 불공정 관행 또는 우월적 지위 남용 사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계약적 권리를 보상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공사계약 일반조건' 14개 항목과 관련된 권리 피해를 입은 사례는 378건으로 평균 피해발생 비율이 46.6%에 달했지만, 이중 계약권 권리를 보상받은 비율은 평균 6.5%밖에 안 됐다. 특히 85.9%는 설계변경 불인정, 부당한 단가 삭감 등 설계변경 관련 피해를 봤다. 피해가 발생한 이후 계약적 권리를 보상받은 경우는 16.4%에 그쳤다.
또 76.3%는 계약금 조정과 관련한 피해를, 53.6%는 발주자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시공자에게 전가하는 부당 특약의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김원태 연구위원은 "시공자가 발주자와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후속 사업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피해금액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원가에 영향을 미치거나(85%) 공정 수행에 영향을 준다(68.4%)는 응답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위 현장의 성과 평가가 예산 절감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발주기관의 계약 담당자는 현행 제도의 맹점을 이용하는 등 부당 행위가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발주자의 인식 전환(21.5%) ▲보복조치 금지 조항 신설 등 계약 관련 법령 개선(18.8%) ▲발주기관·담당자 평가 체계 개선(17.2%) ▲발주자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시공자의 모니터링 평가제 도입(12.9%) ▲시공자의 적극적인 권리 옹호 및 주장 실천(12.9%) 등이 필요하다고 꼽혔다.
김 연구위원은 "발주자와 시공자의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는 계약 관리 관련 현안을 파악하고 신의성실의 계약 원칙이 준수되는 상호 호혜적 관계를 회복하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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