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경영권(지분 30%) 인수 예비입찰 참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보생명 이사회가 참여 결정을 두 번씩이나 미루면서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교보생명은 25일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 입찰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위를 열긴 했는데 입찰 전까지 협의해야 하고 공동투자 협의가 남아 있다"면서 "오늘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 입찰에 대한 참여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내고 이사회 내 경영위에 최종 결정을 미룬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열린 경영위에서도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우리은행 입찰 참여를 위한 가격ㆍ수량범위 등 가이드라인만 결정됐을 뿐 참여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가격 및 수량에 대해서는 결정을 못하고 있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28일이다. 교보생명이 지나치게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에서 교보생명측도 최종 판단을 유보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계속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교보생명이 입찰 마감일 전에 인수 참여를 최종 결정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인수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교보생명의 대주주가 신창재 회장 개인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분 34%를 가지고 있다. 교보생명이 은행을 인수하면 개인인 신 회장의 의사가 경영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우려가 될 수도 있다. 공적인 성격이 강한 은행을 오너 경영자에게 넘긴다는 것이 큰 부담이다.
결국 우리은행 매각은 사실상 물 건너갈 공산이 커 보인다. 교보생명과 안방보험 등을 제외하면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인수할 만한 유력 후보군이 없는 상태"라며 "특히 안방보험이라는 해외 자본에 은행을 넘길 경우 부정적인 여론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찰을 진행할 가능성조차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계는 정부가 내년에 다시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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