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러시아가 밝혀 6자회담 재개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개 가능성은 낮다.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은 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입장인데 북한이 무조건 재개를 주장해 5자가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1일 외교부에 따르면,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0일 모스크바 시내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토대로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최 비서가 확약했다"고 전했다.
2005년 채택된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하는 대신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러시아 외교장관의 발표는 한·미·일 6자회담 당사국이 지금까지 보여온 견해와 차이가 있다. 한미일은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최소한 2·29합의 수준'의 사전 비핵화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2012년 북미간에 이뤄진 이 합의는 ▲핵ㆍ미사일 실험 유예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 활동 중단▲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허용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한미일은 여기에 북한이 '알파'를 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차단과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위한 '의미 있는'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조건 없는 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당국자는 "북한을 제외한 5자간에는 '일정한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면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노력은 평가하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큰 모멘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른 고위 당국자도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핵개발을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면서"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6자회담에서도 성과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 최고위 당국자는 "미국에서 북핵 문제는 중심사안이지만 지금은 중동 문제해결로 별로 관심이 없다"면서 "6자회담 재개는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