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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등이라고 못부르는 '홍길동' 서울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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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등축제가 서울빛초롱축제로 이름 바꾼 사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등을 등이라고 못부르는 '홍길동' 서울시민들 서울빛초롱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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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 '호부호형(呼父呼兄)을 못했다는데, 서울 시민들은 등을 등이라고 못 부르고 빛초롱이라고 부르게 됐다. 참 이상한 일이다."(청계천 서울빛초롱축제 현장에서 서울 시민 김모(39)씨의 말)


9일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 청계천은 '2014 서울빛초롱축제'를 관람하려는 수십만명의 관람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돼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 모아 서울 밤축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서울빛초롱축제'는 지난 7일부터 시작돼 오는 23일까지 청계광장에서 수표교 일대 약 1.2km의 청계천 물길 위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인기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해 아이들의 손을 잡은 가족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 축제는 2009년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시작된 후 지난해까지 '서울등축제'라는 이름으로 주최됐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옛날부터 널리 '예술작품'의 소재로 활용돼 온 등(燈)을 키워드로 서울의 밤을 빛으로 수놓아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기획의도에 충실한 명칭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빛초롱축제'라는, 신조어가 뒤섞인 이상한 이름으로 개최되고 있다.


서울 시민들은 매년 11월 첫째주에 개최되던 '서울등축제'에 익숙해져 있다가 '서울빛초롱축제'라는 이름에 어리둥절해 하거나 아예 다른 축제로 생각하는 등 혼란스러워 하는 이들도 많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서울시는 이와 관련 '외국 관광객 500만명 유치'가 목표였던 2009년 서울등축제를 기획해 첫 개최한 후 지난해까지 다섯차례 행사를 열었다. 매년 11월 첫째주 금요일부터 약 2주간 수백 개의 등불로 청계천을 빛으로 수놓았고, 어느새 입소문이 나 관람객 1000만명이 몰리는 서울의 대표 밤 축제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서울의 빛나는 세계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대표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창덕궁 인정전, 종묘제례악 등의 주제 작품등이 설치됐다. 서천과 강릉을 비롯한 지자체와 중국 성도와 미국, 필리핀 등에서 초청된 해외 작품 등도 설치됐다. 특히 올해엔 라바, 로보카폴리, 뽀로로 등 인기 만화 캐릭터를 소재로 한 등작품으로 전시돼 아이들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가족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문제는 생소한 이름이다. '빛초롱'이라는 신조어가 섞인 이상한 이름 때문에 관광객들은 그동안 주최돼 온 서울등축제와 전혀 다른 행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최 측도 대외 홍보ㆍ마케팅에 나설 때마다 '서울빛초롱축제=서울등축제'라는 설명을 굳이 한 번 더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왜 서울시는 멀쩡하게 잘나가던 축제의 이름이 갑자기 바꿔 혼란과 비효율을 자초한 것일까? 키워드는 '지역 이기주의'와 '선거용 정치 공방', 이 두 가지에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등을 등이라고 못부르는 '홍길동' 서울시민들



우선 지역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갈등이 돌연한 명칭 변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가 혼란과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굳이 축제 명칭을 변경한 것은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시와 맺은 협약에 따른 것이었다. 서울시는 당시 진주시가 지난해 '진주남강유등축제'와 서울등축제가 이름 및 내용이 유사하다며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주민들을 대거 버스에 태우고 와 서울시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여는 등 반발했다. 지자체의 '맏형'격으로서 '상생' 차원에서 이름을 바꿔 주고 축제 주제와 내용도 차별화하기로 약속해줬었다.


이로 인해 올해부터 서울등축제는 서울빛초롱축제로 명칭이 변경됐는데, 서울시 관계자들은 '등축제'라는 이름을 빼고 빛초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진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주시의 등축제 저작권 주장인 비상식적으로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국내외 진주남강유등축제 외에도 '등'을 소재로 하는 축제는 아시아 전역에서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통일신라시대부터 한양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널리 행해진 보편적인 축제로 진주시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우세했다.


이와 관련 진주시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때 쓰인 통신신호에서 유래한 남강유등을 발전시켜 지역 축제를 해오다가 2000년부터 정식으로 '진주남강유등축제'라는 명칭으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일각에선 진주시가 '트러블 마케팅'에 나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진주유등축제 관람객은 이창훈 진주시장의 1인 시위 등으로 '서울시의 등축제 베끼기' 논란이 이슈화된 덕에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진주시는 예산 7억원을 주민 상경 집회 예산으로 편성해 세금으로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자치단체의 행사 개최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밖에 지방자치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노골적인 부추기에 나서 선거용 정치 공방을 벌여 톡톡히 덕을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최된 지 5년이나 지나 뒤늦게 이슈화에 나선 탓이다.


어찌됐던 서울 시민들은 물론 전국민들이 앞으로 '빛초롱'이라는 신조어를 '등'(燈)으로 해석할 줄 알아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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