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금융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채권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운영하는 초저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 관측가들은 대부분 '상당기간'의 의미를 '내년 중반까지'로 본다. 다만 FRB는 미국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개시 시점을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FRB가 예고하고 시장이 예상했던 그대로다. 따라서 이번 발표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 내용이 이미 금융시장의 거래에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FRB가 당장은 금리인상에 나설 뜻이 없음을 확인해주었다는 점에서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FRB가 예정한 대로 돈 풀기 정책을 종료한 것은 미국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이런 덤덤한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FRB의 양적완화 자체가 전례 없는 실험이었고, 그 규모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3차례에 걸쳐 채권매입 방식으로 4조달러 이상의 달러화를 살포했다. 그중 상당부분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로 흘러들어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시중금리를 떨어뜨렸다. 이런 달러화 유동성이 무슨 일을 계기로 해서든 무질서하게 우르르 퇴각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부작용이 클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로 이어져 원화에 절하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출업계의 대미수출 가격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지만,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대미수출의 비중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어 그 효과를 크게 기대할 것은 아니다.
그보다 국내 금리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걱정된다. 10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변동금리로 돼 있다. 금리상승은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국면에 대한 대비태세를 서둘러 가다듬어야 한다. 정부는 경기부양 정책 효과의 조기 가시화와 내수 진작, 각 가계는 부채 억제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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