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맞아 배당투자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주주친화경영 못지않게 경영여건 개선도 충분히 배려돼야 정부의 배당활성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리라는 견해가 제시됐다.
21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배당활성화 세미나’에서 이승렬 상장사협의회 상무는 정부의 배당활성화 정책 관련 “차등배당으로 소액주주에 더 큰 혜택을 안기는 대신 경영권 안정을 위한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이나, 쉐도우보팅 폐지·액면분할 추진 등에 따른 의결권 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의 상장유지부담이 커지는 모순 해결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배당합리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주제 발표에 이어 각계 전문가가 패널로 참가한 토론에서다. 이 상무는 “배당을 통한 자본시장으로의 투자자 유인과 기업가치 제고 등 선순환 구조가 있을 수 있고 기업들 역시 배당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도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하거나,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개발(R&D)비용 투입, 국내 기업들의 경영수지 악화 등 저배당의 환경적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함께 패널로 참석한 학계의 의견은 분분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본시장이 완전하고 세금이 없다는 전제 아래 이론상 기업 이익이 배당, 유보 어느 형태로 존재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서 “배당 문제가 생기는 건 결국 세제나 자본시장에 이상이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배당소득이 자본이득에 비해 불리한 세율 문제로 소액주주라도 딱히 배당을 요구할 이유가 없고, 외환위기 이후 현금성자산 축적에 치중해 온 기업들 입장에서는 배당으로 자본에 대한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등 현재 시스템 아래서는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초과유보금 과세 문제 역시 배당소득과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가 균형을 이룬 외국 사례를 오해한 것으로 오히려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가 옳은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배당확대, 장기투자 모두 시장이 선택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 사회를 맡은 박진우 외국어대 교수는 “기업에 쌓인 유보금이 과연 주주이익 극대화에 쓰일 것인지 혹은 과잉투자 등 다른 용도로 쓰일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도 세제 불이익을 감수하며 고배당주를 선호하는 이유”라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이 결과적으로 장기적인 성과가 좋다는 측면도 존재한다”며 배당확대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준석 연구위원은 “저성장·저금리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배당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 여건과 투자자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배당정책이 수립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 확대, 기업의 정보비대칭 해소 노력 및 액면분할을 통한 투자접근성 제고, 재무구조·산업특성·세제 등을 고려한 정부 정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류성곤 거래소 상무는 “시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기업들이 배당 관련 정보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배당 우수종목을 선정해 발표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우수지배구조기업 평가시 배당항목 추가를 검토하는 등 정보비대칭 해소 및 액면분할 장려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거래소는 △코스피 고배당지수(50종목) △KRX고배당지수(50종목) △코스피 배당성장지수(50종목) △코스피 우선주지수(20종목) 등 배당투자 활성화를 위한 4개 새 배당지수 및 산출기준·구성종목을 발표했다. 지수수치는 오는 27일부터 공개된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연내 새 배당지수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 등 연계상품을 출시하고, 배당지수에 기초한 선물 상장 추진 및 추가적인 배당지수 개발로 체계 선진화에 나설 것”이라면서 “향후 상장기업의 자율적인 배당 확대를 통해 배당 촉진과 장기 투자문화를 정착시키고, 고가주의 액면분할 유도를 통해 배당의 실질적 혜택이 가계에 돌아갈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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