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금메달의 주역들이 후유증에 시달린다. 5개월 넘도록 강행군한 뒤 휴식 없이 프로농구 시즌을 맞은 대가다. 김종규(23ㆍLG)는 11일 울산 모비스와 개막경기에서 자유투로 2점을 넣는데 그쳤다. 양희종(30ㆍKGC인삼공사)은 벤치를 지켰고, 조성민(31ㆍKT)은 무릎 부상(반월상연골판 파열) 때문에 13일 수술대에 올랐다.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오세근(27ㆍ상무)은 발목과 어깨, 문태종(39ㆍLG)은 발목과 종아리가 아프다.
농구선수들은 대부분 잔부상을 달고 산다. 대표팀에 소집되면 철저한 의료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대표팀에는 트레이너가 두 명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을 제대로 보살피기에는 부족했다. 첫 소집 때부터 김주성(35ㆍ동부), 이대성(24ㆍ모비스) 등 부상자가 많았다. 이들에게 일손이 집중돼 나머지 선수들은 훈련을 한 뒤 물리치료나 근육 마사지를 제때 받기 어려웠다.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받는 식이었다. 조성민은 "단순히 무리하게 운동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 이렇게 나빠졌는지 몰랐다"고 했다. 시즌 개막을 이틀 앞두고 소식을 접한 KT의 전창진(51) 감독은 "대표팀의 선수관리가 이렇게 부실해서 되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트레이너는 의사가 아니다. 선수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면 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게 해야 한다. 이번 대표팀은 그런 점에서 미숙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 협력병원으로 여덟 곳을 정했다. 진천선수촌 근처에도 두 곳이 있다. 그러나 프로선수들은 이 곳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소속팀에 지정병원이 있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효과적인 진단과 처방을 받기를 원한다. 조성민도 KT의 협력병원에서 부상의 원인을 발견했다. 부상은 방치한 만큼 후유증도 크다. 선수 자신을 물론, 대표팀 관계자들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선수촌도 이들에게 신뢰를 주려 노력해야 한다. 충분한 정보와 안내가 필요하다.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는 협력병원이 보유한 진단ㆍ치료 장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전담부서 연락처, 진료비 할인내용 정도만 나온다. 이마저도 선수들의 부상과는 동떨어진 종합건강진단, 시력교정 등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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