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SK전서 2연패…경기 후 선수들에게 "고개숙이지 마라"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농구가 개막한 뒤 두 경기 연속 패배. 패장은 당당했다. 상대 벤치로 걸어가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기자들을 만나고 찾은 라커룸. 선수들은 지쳐 있었다. 몇몇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풀이 죽었다. "고개 숙이지 마라.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더라도 즐겁게 당당하게 코트를 뛰자." 친형처럼 어깨를 두들기는 감독. 선수들은 손뼉을 치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시 한 번 해보자."
이상민(42) 서울 삼성 감독의 데뷔 첫 승이 다음으로 미뤄졌다. 삼성은 고양체육관에서 11일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의 개막경기에서 72-79로 졌다. 다음날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홈 개막경기도 78-93으로 놓쳤다. 이 감독은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 8위 팀이다. 올해도 우승을 바라볼 경기력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막 직전 악재도 있었다. 외국인 센터 키스 클랜턴(24)이 발목을 다쳤다. 포워드 임동섭(24)과 김동우(34)도 몸이 완전하지 않아 12월에나 뛸 수 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뽑은 센터 김준일(22)은 11일에야 팀에 합류했다. 이 감독은 "연세대가 10일 고려대와 정기전을 해 데려올 수 없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좀처럼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포워드진이 약하다 보니 리오 라이온스(27) 등 빅맨들이 외곽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횟수가 많았다. 골밑 공격과 수비를 조금 다듬는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개막전이 열린 날 선수 이상으로 조명을 받았다. 수려한 외모와 출중한 실력으로 현역 시절 '오빠부대'의 상징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서울 SK의 문경은(43) 감독은 그와 1990년대 초반 연세대 농구의 절정기를 함께 이끈 1년 선배. 맞대결에 팬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냈고, 7431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개막 전 "맞대결을 모두 이겨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했던 문 감독은 "첫 승을 거두고 나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를 격려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오늘은 이기지 말라던데요"라며 씩 웃었다. 선수단 소개에서 두 감독은 선수들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이 감독은 "적잖게 부담이 된다.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아야 기대에 부응할 텐데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했다.
감독이 된 지 3년째를 맞은 문 감독은 "1승을 거둔다면 한결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이상민 감독도 1승을 한다면 금세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나보다도 연패가 계속되면 선수들이 주눅들 수 있다. 빨리 흐름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연패다. 그는 현역으로 뛴 열세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경기를 일곱 번 경험했다. 이 감독은 "선수나 코치 때보다 연패가 아프게 다가온다. 현역 시절 상대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날카로운 눈을 치켜세웠다. "어렸을 때부터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 이제 두 경기를 했을 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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