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서 포착되는 자금세탁 의심거래의 90% 이상이 조사 없이 방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고된 의심거래 37만8742건 중 2만5030건(6.6%)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상세분석이 이뤄지고 나머지(93.4%)는 그대로 쌓여 있다. 애써 얻은 지하경제 성격의 금융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의심쩍은 거래가 발견되면 금융위원회 산하 FIU에 신고하고 FIU는 자금세탁 혐의가 짙은 거래에 대한 '상세분석' 작업에 들어간다. 자금 흐름을 추적해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국세청ㆍ검찰ㆍ경찰 등에서 파견나온 요원들이 '정밀분석'에 들어가는 구조다. 탈세ㆍ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를 색출하는 1차 과정이 의심 금융거래에 대한 상세분석인데 그 비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06년 27%였던 것이 2009년 10%에 턱걸이하더니 이듬해부턴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의심거래 신고는 2001년 FIU 설립 이후 매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반면 FIU의 상세분석 인력은 그대로라서 분석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현재 10여명인 FIU의 분석 담당 전문인력을 적절한 수준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분석관 한 명이 하루 100건이 넘는 의심거래 정보에 대한 상세분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로 보여진다. 국세청도 자금세탁 의심거래에 대한 조사 업무에 더 관심을 기울여 탈세 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의심거래 정보를 활용한 탈세 추징액이 5년 새 1조2142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금융사들이 신고한 의심거래 금융정보 전부가 자금세탁이나 탈세 관련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보다 촘촘히 거래내역을 분석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한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 성과는 미미하고 10조원대의 세수 결손을 초래했다.
의심쩍은 금융거래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해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지하경제 양성화는 물론 조세정의 확립을 위해서도 긴요한 일이다.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까지 올리겠다면서 금융사가 수상하다고 신고한 금융정보에 대한 분석을 소홀히 해 관련자의 탈세를 막지 못한다면 정부의 직무유기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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