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 농촌경제까지 총괄
시진핑의 거침없는 리더십
중국 경제개혁 밀어붙이려 하는데…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1.'미스터 런민비'(위안화의 공식 명칭)는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별명이다. 2012년부터 총재를 지냈으니 벌써 12년차 최고참 중앙은행 총재다. 중국 금융권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국제금융계의 거물인 저우 총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교체설이 불거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금리자율화와 금융개혁이 자리한다. 저우 총재는 단기 경제 부양에 선을 긋고 금융개혁에 집중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7.5% 달성에 부담이 됐다. 차기 총재로 떠오르는 인물은 궈슈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 겸 산둥성장. 이달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저우 샤오촨 총재가 경질되면 경제권력까지 장악한 시진핑의 원톱체제는 더욱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정책은 '타초경사(打草驚蛇)'로 비유된다. 수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듯 의심이 가는 적의 상황은 모두 살피고 먼저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뜻이다. 중국은 일본에 맞서 대규모 부양책을 할 것 처럼 하다가도 다시금 경제개혁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등 '성장'과 '개혁' 사이를 오가며 유연하면서도 공산당 특유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통화정책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다.
◆훙비(붉은 돈)의 힘= 시진핑 주석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발맞춰 차이나머니가 약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통화정책 부분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 시켜 미국과의 통화전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하고 있다. '싸우지 않고 승리한다'는 뜻의 '부전이승(不戰而勝)'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지난 3년간 30배나 늘었다. 2010년 상반기 누적 670억 위안에 이르던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2013년 상반기 2조438억 위안으로 뛰었다. 전체 무역거래 중 위안화 결제비중은 두자릿수로 상승해 2012년 1월 7.5%이던 것이 2013년 9월 18.1%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위안화 환율제도를 개선하고 역외 위안화시장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거래량은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10년 340억 달러 수준에 머무르던 위안화 거래량은 2013년 1200억 달러로 늘었다. 일일 거래량 기준으로는 2001년 35위에서 2010년 17위, 2013년 9위로 올라섰다.
위안화를 활용한 직접투자와 해외투자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1∼9월 대중국 외국인투자 중 위안화 결제규모는 2803억 위안을 기록했다. 2012년 연간 결제액인 2536억 위안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이 기간 중국의 해외투자 중 위안화 결제규모는 522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136%가 폭증했다.
2014년 7월 3∼4일 시진핑 방한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찾았던 텐궈리 중국은행 이사장은 위안화 국제화를 5단계(해외유통, 무역환산 및 무역결제, 투융자, 국제준비 통화) 로 구분한 뒤, 현재 위안화는 대외준비통화를 목표로 투융자와 화폐 기능을 실험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강력한 경제개혁 드라이브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1인 권력체제가 자리한다. 시 주석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조직인 중앙재경영도소조장으로 국가 장기 경제발전계획은 물론, 금융과 통화, 농촌 경제까지 총괄하는 거시경제 총사령탑을 맡고 있다. 1998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주룽지 당시 총리에게 조장을 맡긴 뒤 지난 16년 동안 총리가 가졌던 권한을 다시 획득해 마오쩌뚱에 준하는 권력을 쥐게 된 셈이다.
◆인민은행 쌓인 4조달러 =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6월말 4조 달러로 1위다. 2위인 일본과의 차이도 무려 3배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증가한 외환보유고는 연평균 증가율이 27.3%에 달하면서 전세계 외환보유고에서의 비중이 2000년 8.5%에서 2014년 1분기 33.3%까지 올랐다. 이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 압력 완화를 위해 무역수지 흑자 등 다방면으로 유입된 대규모 국제자본을 적극적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는 대내외 충격으로부터 중국 경제와 금융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줬다. 내부적으론 환율안정을 통한 수출은 물론, 과거 국유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도 지원할 수 있었다. 단기외채 급증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의 충격을 완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내외 금리차가 확대돼 외환보유고 유지 비용이 늘고, 민간 외화자금의 효율적인 활용이 제한된 점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의 연간 이자손실만 745억달러로 추정된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로 주요 투자처인 미국과 대체투자처인 유럽연합(EU)와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운용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는 중국의 해외투자를 더욱 촉진하고 외환시장 개혁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투자유치가 필요한 나라에게 중요한 국가가 될 전망이다.
◆유연하고 강한 통화정책 =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여러가지 변화구를 던지고 있다. 우선 담보보완대출(PSL)제도를 통해 대규모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양적'완화보다는 '질적'완화에 가까운 통화정책이다. PSL은 1조 위안의 자금을 4%내외로 중국개발은행에 3년 만기로 담보부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목적은 외환매입(위안화 공급)을 대체할 안정적인 본원통화 공급 수단을 확보하고, 금리 자유화 이행 과정에서 안정적인 시장금리 조성을 위한 중기 벤치마크 금리로 활용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선별적 정책금융을 통해 경기부양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외견상 대규모 유동성 지원이나 선별적 공급을 통해 시장금리 하락 유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양적완화라기보다는 질적완화에 가깝다. 이 때문에 향후 중국의 금융시장 자유화와 자본거래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체계도 선진화돼 중국 통화정책과 국제금융시장 간 연계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PSL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대여하고, 이를 통해 경제주체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면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과 유사하나, 자금 지원을 특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강한 정책 통제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PSL의 등장은 중국의 최근 정책적 기조인 '미세조정 (fine-tuning)'의 연장선상이다. 거시적 차원에서의 경기의 미세조정에서 미시적 차원에서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면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 조절과 같은 거시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 전통적인 통화정책보다, 타깃형 정책을 통한 미세조정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타깃형' 정책 역시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해온 정책방향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는 저소득층을 위한 중앙은행 주택자금 지원이다. 시 주석은 최근 인민은행이 1000억 위안(약 16조4000억원)에 달하는 특별금융을 편성하도록 했다. 저소득층이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외신들은 "시 주석의 이같은 정책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중앙은행이 자산매입(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과는 다르다"며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싶은 계층을 겨냥했다"고 평가, 시 주석의 '타깃형' 전략을 설명했다
환율 변동폭 확대 또한 인민은행의 주된 개혁책이다. 인민은행은 3월17일부터 위안화 환율의 일일 변동 허용폭을 기존 1.0%에서 2.0%로 확대했다. 외국환은행의 달러화 매입과 매도 환율 허용 편차도 기존 2%에서 3%로 확대했다. 이번 변동폭 학대는 2005년 7월 바스켓관리변동환율 제도를 시행한 이래 2007년 5월(0.3%→0.5%)과 2012년 4월(0.5%→1.0%)에 이은 세번째 조치다.
이 조치는 중국이 중장기 핵심과제로 추진 중인 경제금융 개혁의 일환이다. 중국은 단계별 금융개혁을 추진할 방침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전인대에서도 환율 변동폭 확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위안화 환율이 양방향 변동성이 커지고, 금융 개혁이 심화되고 그 영향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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