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정부는 느려진 경제성장 속도로 대변되는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경제적 기준)에 적응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허난성(河南省)을 시찰하면서 세간의 성장둔화에 대한 불안감과 관련해 언급한 말이다.
중국 정부는 부작용이 많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포기하고 조금 낮아도 내실 있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뉴노멀은 이제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신조어가 돼버렸다. 제일경제일보(第一財經日報) 등 현지 언론들은 뉴노멀을 올해 중국 경제의 핵심 화두로 여길 정도다.
◆"성장둔화 용인"=중국 정부가 각종 개혁으로 그 동안 빠른 성장을 추구하면서 놓친 경제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힘 쏟다 보니 성장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5%로 정했지만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 사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시중에서 잘 돌지 않고 있는 유동성, 하락하는 부동산 가격 및 위축되는 거래, 증가폭이 줄고 있는 산업생산, 소비, 투자가 비관적 전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내실만 다질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성장률 둔화 고통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7월 중국의 경제학자들과 가진 좌담회에서 경제성장이 다소 둔화해도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7% 초반대의 성장률도 목표를 달성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발언했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장관급)도 중국 경제의 현황에 대해 "정부가 정한 안정권 안에 있다"고 못을 박았다.
◆"경제 고름 짜낸다"=시 주석이 밀어부치고 있는 부패척결운동, 다국적 기업을 겨냥한 반독점 규제 강화는 개혁을 통한 경제 내실 다지기와 일맥상통한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고름을 짜내고 약을 바르는 게 중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좋다는 게 시 주석의 생각이다.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올해 정부가 공무원의 뇌물 수수를 차단하고 기율 위반을 엄중히 단속하면서 명품 소비세는 꺾였다. 자동차 판매가 타격 받고 헐값에 매물로 나온 고급 주택이 속출했다.
중국 정부의 내부 단속은 중국에서 투자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손꼽힌다. 비자금 창고인 국유기업 단속이 강화하면서 중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ODI) 규모가 감소했다. 중국으로 진출한 글로벌 기업에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니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4년래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루팅(陸挺)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성장률 0.6~1.5%포인트를 희생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정부의 부패 단속으로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지지수가 1%포인트 상승하면 성장률이 2%포인트 깎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처방은 국소 부위에, 필요한 만큼만…그래서 '미니 부양책'=시 주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 경제가 휘청거릴 때 내린 '대규모 돈 풀기' 정책을 지양한다. 당시 풀린 4조위안(약 720조원)은 무분별한 투자로 이어져 지금의 과잉생산, 부채부담 가중, 투자과열 문제를 야기했다.
시 주석은 대신 필요한 국소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선별적 대책으로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생각이다. 이에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 완화는 배제됐다.
올해 중국 정부는 1조위안이 투입될 신형 도시화 계획을 발표하고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대상을 확대했다. 은행권에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요구하고 일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중국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일으키기 위해 주택 구매 제한 완화 지역 수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인하도 검토 중이다. 금융기관의 유동성 문제 해소 차원에서 인민은행은 5대 국영은행에 810억달러(약 84조24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급속히 진행될 경우 성장과 개혁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결국 개혁보다 성장을 촉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장빈(張斌)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둔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면 중국 정부는 거대한 구조적 리스크가 수반되는 개혁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다"면서 시 주석이 말은 안 해도 성장률에 신경 쓰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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