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견제하는 공동전선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참여할 것인가.
김정은 제1비서는 시 주석의 뜻을 거슬러 왔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후 미사일을 발사해왔다. 또 지난해 말 북한 내 최고 친중파로 꼽히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했다.
시 주석은 장성택 부장이 처형된 사실을 중국 뉴스를 보고서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시 주석은 격노하며 “사전에 정보를 넣어 줬다면 처형을 저지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라며 참모들을 질책했다고 알려졌다. 이 일화는 곤도 다이스케(近藤大介) 일본 주간현대 총괄 부편집장이 올해 1월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외교부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월간중앙 8월호 기고에서 전했다.
이후 중국은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유ㆍ식량ㆍ화학비료 등 3대 원조를 중단했다. 또 나선과 신의주 황금평의 동서 경제특구 개발을 백지화했다. 시 주석은 김정은 제1비서를 중국에 초청하지 않고 있다. 또 북한을 방문하는 대신 한국을 먼저 찾았다.
아베 총리는 대외관계의 큰 비중을 중국을 포위하는 외교에 둔다. 아베 총리가 비서에게 “외교 일정을 넣으라”고 지시하는 것은 “중국 포위망에 도움이 되는 외교 일정을 넣으라”는 의미라고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일본과 하와이(미국), 호주, 인도가 연대해 다이아몬드 대열을 갖춰야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이 여기에 참여하면 일본과 함께 다이아몬드의 꼭지점을 형성하게 된다.
아베와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북한과 일본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양국은 지난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외교 국장급 회의를 갖고 일본인 납북자 재조사와 대북 제재 해제에 합의했다.
일본과 북한이 접근하는 데 대해 중국은 양국의 관계 개선은 이 지역 평화와 안정에 유리하다는 원론적인 논평만 내놓았다. 지난 5월 말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스톡홀름 합의) 관련 보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이렇게 답했다.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반도는 중국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의 동맹에 대응하는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고 그에 앞서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데에는 이런 고려가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전통적인 혈맹인 북한이 일본과 손을 잡을 경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을 압박하는 기조를 유지할지, 아니면 체면을 버리고 대북 유화정책을 펼지 논란이 진행 중이다.
다만 일본과 북한의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공산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 대북관계를 주변국의 공동 현안인 북핵ㆍ미사일과 함께 포괄적으로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은 북한과의 협상이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나 단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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