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로 값 하락세가 가파르다. 유로·달러 환율은 24일(현지시간) 유로당 1.28달러까지 내려가면서 1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중순만 해도 1.39달러까지 올랐던 유로는 6월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유로는 지난 7월 이후에 6.6% 떨어졌다.
유로 약세의 직접적인 배경은 유럽중앙은행(ECB)이 풀어 놓은 경기부양책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6월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자산유동화증권(ABS)·커버드본드 매입에 이르기까지 주요 경기부양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부양책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실질절인 디플레 탈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포함해 최근 나온 유로존의 경제 지표는 모두 아래를 향하고 있다.
결국 미국 경기회복에 따른 달러 강세와 함께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유로 값 하락세에 속도가 붙은 근본적인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통화 가치 하락은 수출 경쟁력 증진을 통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통화 정책의 목표가 환율이 아니라고 밝혀 온 ECB 역시 이를 내심 바라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의 발렌틴 마리노프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드라기 총재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엔저 정책을 모방하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디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중앙은행에게 통화 절하는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정작 엔저 2기로 접어들고 있는 일본에서는 지나친 엔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엔저가 중소기업과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예의주시 하겠다"고 말했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담당상 역시 최근 FT와의 회견에서 "엔화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는 일본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적절 환율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분명 현재 엔화 가치는 바람직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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