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상화 선수(25·서울시청)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의 응원단을 자처했다. 주 종목인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대표팀의 결승전이 열린 현장을 찾아 플래카드와 함성으로 힘을 불어넣었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우승이 확정되자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기도 했다.
개막을 보름 앞둔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이와 같은 훈훈한 장면을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종목별로 대표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선수촌에 머무는 일정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대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은 대한체육회의 주도 아래 출국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일정을 함께한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다르다. 종목마다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 선수촌으로 들어와 경기를 마친 다음날 퇴촌해야 한다.
이는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선수단이 머무르는 비용을 지급하는 대한체육회의 권고 사항이다. 체육회는 대표팀이 선수촌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지도자와 선수 1인당 50달러(약 5만915원)씩 지원한다. 미리 입소하거나 날짜를 연장할 경우 각 연맹에서 1인당 10만원씩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지만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의 정해진 예산에 맞춰 여유가 있으면 더 머물 수 있다. 체육회 역시 정해진 예산 범위에서 각 연맹과 협의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경기력과 사기 저하를 우려한다. 김선일(58) 남자 권총 대표팀 코치는 "일찍 경기를 마친 선수와 지도자들이 나중에 경기하는 동료들을 응원하거나 조언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또 "경기 중 선수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심판판정을 확인하는 등 코치진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종목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입·퇴촌 규정을 적용하면 나중에 경기하는 선수들은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체육회가 수립한 종목별 입·퇴촌 계획을 토대로 5~18일 선수단등록회의를 열어 세부 일정을 정한다.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