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대학입시 전형 방식이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대학이 신입생을 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따라 한 줄로 세운 뒤 선발하면 안 된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결과다. 대신 기본소양과 잠재역량, 개성, 인성 등을 고루 고려하고 판단한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전형방식이 그렇게 다양하면 학생을 선발한 뒤 '기대와 실제의 편차'가 적을 법하다. 편차란 학생이 해당 전공분야에서 수학할 역량이나 준비가 부족한 것을 뜻한다. 학생이 입학한 다음 전공이 자신이 예상한 것과 차이가 큰 경우는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편차가 크다고 지적하는 전공 분야가 이공계다. 이공계 교수들은 대학에서 신입생에게 수학ㆍ과학 과목을 다시 가르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대학 이공계 전공 공부를 따라오려면 물리Ⅱ와 화학Ⅱ를 고교에서 배웠어야 하는데 이 두 과목을 이수한 학생이 극소수라고 설명한다. 두 과목을 다 이수한 학생은 60만 수험생 중 0.015%인 90여명에 불과했다.
이는 수능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 두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르게 하는 제도의 산물이다. 물리Ⅱ와 화학Ⅱ는커녕 물리나 화학 시험조차 치르지 않고도 이공계에 진학할 수 있다. 반대로 수능에서 물리Ⅱ나 화학Ⅱ를 선택해 자신의 적성을 보여주고자 하더라도 여기서 얻은 점수에는 가산점이 주어지지 않는다.
교육부가 이런 편차를 좁히기보다는 오히려 더 넓히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고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부터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없애는 고교 교육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이공계 교수들은 교육부가 문과와 이과의 통합을 통한 융합형 인재 양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이과를 폐지하는 결과가 빚어질 것이라고 반발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학생들이 어렵게 여기는 수학과 과학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교육부가 말하는 문ㆍ이과 통합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등 20개 과학기술단체는 25일 '교육부의 일방적인 교육과정 개정으로 초ㆍ중등 교육이 무너진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문ㆍ이과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과학 교육이 축소된다면 이공계 대학 교육이 지금보다 더 발목이 잡힐 것이 분명하다. 그럴 경우 노벨상은 물론 산업 경쟁력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