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결손이 8조5000억원에 이른 지난해보다 올해 국세 수입이 더 부진하다. 어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국세 수입은 98조4000억원으로 연간 세수 목표 216조5000억원의 45.5%에 그쳤다. 6월 말 현재 세수 진도율이 지난해 같은 시점(46.2%)보다 0.7%포인트 낮다. 하반기에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는 한 올해도 최소한 지난해 수준의 세수 결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세수 결손은 재정수지 적자로 이어져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통합재정 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 수지로 보면 올해 재정은 6월 말까지 43조6000억원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5000억원 적지만 2012년 같은 기간보다는 13조6000억원 많다. 재정 수입을 늘려줄 증세는 기피하면서 복지 확대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지출을 늘린 결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사실상 증세의 필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감세가 옳았는가 하는 회의를 품게 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다"면서 "이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세금 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그저께 열린 당ㆍ정ㆍ청 협의에선 새누리당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정부의 주민세ㆍ담뱃세ㆍ레저세 등 지방세 확충 방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방안 다 정부의 지출 부담을 줄여 재정 건전성 악화를 방지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증세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과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몸을 움츠린 것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여당의 모습이 보기에 딱하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안에서 증세에 관한 논의를 일으켜 당의 정책이 확실하게 재정립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세와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소득세와 법인세를 포함한 국세의 근본적 개편도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나 '재정 건전성 악화를 불사한 경기 활성화' 정책은 단기적 효과는 어떨지 몰라도 중ㆍ장기적 지속 가능성에는 문제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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