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갑'시장과 '을'시장의 DNA

시계아이콘01분 32초 소요

[충무로에서]'갑'시장과 '을'시장의 DNA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AD

정부가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기 위해 공공 부문에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행정고시 제도를 개혁해 민간업계 출신을 대거 공무원 자리에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관료 출신은 공무원을 그만둔 후 민간업계에 3년간 재취업할 수 없게 돼 있는데, 그렇다면 민간업계의 유능한 인재 중 누가 공무원을 지원하겠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자 민간인 출신 공무원에 대해선 예외조항을 둬 재취업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해답을 내놓았다. 이것이 맞는 해법일까.


노동시장은 생산물시장과 달리 '분리시장(separate market)' 개념이 적용되는 대표적 시장이다. 산업ㆍ노동숙련도ㆍ학력ㆍ연령별로 시장을 분리하는 요소들이 작용해 A시장의 노동자가 B시장, C시장으로 쉽게 진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미묘한 분리시장이 있다. 바로 '갑(甲)'시장과 '을(乙)'시장이다. 갑시장에서 취업하는 사람과 을시장에서 취업하는 사람은 주로 각각의 시장 내에서 재취업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미국 캘퍼스(Calpus) 같은 공무원연금이나 하버드ㆍ예일대 등 거대 대학의 재원을 운용하는 자산운용 담당자(CIOㆍChief Investment Officer)는 운용자금을 민간 자산운용 시장에 맡기는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갑시장 일자리다. 이와 달리 민간업계 CIO는 갑시장에서 자산운용을 위탁받는 을시장 일자리다. 갑시장의 CIO는 갑시장에서 다시 고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예 갑시장에서만 움직이는 자산운용 전문가들의 명단이 있을 정도다.


왜 그럴까. 을시장의 투자전문가가 갑시장의 CIO로 고용되면 자신이 책임진 자산의 운용에 100% 노력하기보다 나중에 을시장에 재진입할 때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산운용을 설계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갑시장 담당자에게서도 을시장과 연결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시장을 움직이는 논리와 동력, DNA가 다르다는 점이 두 시장이 분리되는 핵심 이유다.

한국의 공무원 시장과 민간업계 시장도 이와 유사한 갑시장-을시장의 성격과 패턴을 지니고 있다.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일수록 장기적 생존을 위해 몸조심을 한다. 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갑시장의 생리와 달리 을시장인 민간업계에서는 효율성 극대화와 개인적 인센티브를 중시하는 것이 최대 가치다. 두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과 DNA가 근본적으로 다르고, 이것이 각각의 시장에 속한 사람들을 전혀 달리 진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공무원 출신이 문제를 일으켰다면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분석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과 견제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다. 민간업계 시장(을시장)에서 움직이던 사람을 공무원 시장(갑시장)으로 대거 이동시키는 것이 과연 올바른 대책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창의성과 효율성이 필요한 직제에 일부 민간인 출신을 영입하는 정도라면 몰라도 능력과 무관하게 갑시장-을시장을 뒤섞는 시도는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민간인을 공공 부문에 대거 기용하는 정책이 그 의도를 실현하는 데 실패하지 않게 하려면 '민간은 선(善)이고 공공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아무리 선량한 의도에서 공공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의도에 맞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인 출신 공기업 사장이라고 처음부터 공무원이었던 사람보다 더 도덕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무늬만 민간인이고 사실은 정권에 깊숙이 연결돼 있는 사람들을 배제할 장치도 없다. 정부는 이런 문제에도 대답할 필요가 있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