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해 '중대한 인권 위반'이라고 지적한 뒤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1930~40년대 일본군이 성(性)을 목적으로 여성 인신매매에 관여한 것은 개탄스러운 일로 중대한 인권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에 피해자 치유를 촉구하고 주변국과 더 나은 관계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일본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패트릭 벤트렐 대변인은 방미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ㆍ강일출(86) 할머니와 면담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일본군이 성을 목적으로 여성 인신매매에 관여한 행위가 중대한 인권 위반이라는 점은 이미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른 민감한 과거사 문제와도 관련해 한ㆍ일의 지속적인 협상을 환영한다"며 "이런 협상이 양국의 미래 지향적 관계 수립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백악관의 시민ㆍ사회문제 담당관들은 지난달 30일 일본군 위안부 만행을 직접 고발하고 이에 대한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방미 중인 이옥선ㆍ강일출 할머니와 직접 만나 할머니들의 증언을 청취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할머니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더 늦기 전에 더 큰 관심을 쏟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다음날 두 할머니와 면담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비록 실무자급 차원이지만 백악관ㆍ국무부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공식 접촉한 것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부인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드는 일본 정부에 대한 일종의 압력성 메시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방한 당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끔찍하고 지독하고 충격적"이라는 말로 일본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날 뉴욕의 유대인 홀로코스트 센터를 방문했다. 할머니들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등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죽기 전 일본으로부터 사죄 받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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