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보통 이순신 장군은 '영웅'이 아닌 '성웅'이라 일컫는다. 한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히는 그는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추앙받는다. 물론 그래야 함이 마땅하다.
지금껏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았다. 그러나 최상의 CG(컴퓨터 그래픽)를 통해 탄생된 거북선을 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 굽이치는 바다 위, 단 12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무섭게 기술이 발전하는 현 시대에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가슴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 전투로 꼽히는 명량대첩을 스크린에 옮긴 '명량'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과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더했다.
수많은 역경과 난관을 끊임없는 고뇌와 노력으로 돌파해나간 이순신 장군. 누가 연기하더라도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을 이 역할은 배우 최민식이 연기한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당시 이순신 장군의 나이와 현재 최민식의 나이가 같다는 점도 재미있다.
'명량'의 주인공으로 나선 최민식은 "장군으로서, 인간으로서,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관철시키고 지켜나간 이순신 장군이다. 과연 이 분의 무엇이 엄청난 추진력과 신념을 갖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며 "나름대로 진정성을 담아서 표현하고자 최대한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난중일기를 반복해 읽으며 이순신 장군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고 노력한 그는 영화에서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역시 최민식"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촬영 내내 엄청난 스트레스와 강박에 시달렸다는 그.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면 연기할수록 정말 위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크나큰 존재감 앞에서 무력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론이요, 촬영 내내 뒤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단다.
기획단계부터 최민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김한민 감독은 망설이는 그를 향해 "이런 영화도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책으로만 봤던 명량해전을 최첨단 기술을 통해 영상으로 구현시켜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고 싶지 않냐"는 물음은 최민식에게 알 수 없는 전율을 선사했다. '뭐에 홀린듯' 출연을 덜컥 결정하게 됐다.
배우 최민식의 몸을 빌어 다시 살아난 이순신 장군은 눈앞에 닥친 위기와 믿음의 결여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고 기개를 뽐내며 관객들에게 위안을 준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같다.
큰 제작비를 들인 상업영화이지만 왠지 '명량' 앞에서 예의갖추게 되는 건, 우리 모두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애국심' 때문일 것이다. 김한민 감독의 말대로 이런 영화는 지금 시기에 한 번쯤 나와도 좋을, 아니 나오는 게 맞는 영화였던 듯 싶다. 오는 30일 개봉된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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