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주민들 집에 가려면 3~4일씩 기다리고…화물 운송 제약으로 꽃게도 제때 출하 못해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배편이 줄어 족히 사나흘씩은 기다려야 하고, 화물 수송도 통제하니 불편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주민들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거죠.”
김정섭 인천 옹진군 백령면장은 “여객선 1척이 줄어 배표 구하기도 힘든데 옅은 안개에도 운항을 통제해서 주민불편이 너무 크다”며 “카페리 여객선에 실어나르던 화물량도 제한을 둬 생필품 조달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 운항관리 규제가 강화되면서 도서지역 주민들이 해상교통 이용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둘 수밖에 없다지만 유예기간도 없이 주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화물 운송을 제약한 데다, 청해진해운이 운항하던 백령도행 여객선이 멈춘 지 3개월이 되기까지 대체 여객선도 투입되지 않고 있다.
여객선이 유일한 해상교통수단인 서해5도 주민들은 “섬을 떠나라는 것이냐”며 정부에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 안전 대책이 강화되면서 최근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처럼 충분한 준비나 현장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태를 보이고 있어 애꿎은 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정기여객선(데모크라시5호)이 운항을 중단함에따라 인천~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기존 3척에서 2척으로 줄었다. 2000t급 하모니플라워호(정원 564명)와 300t급 씨호프호(정원 360명)가 하루 1차례씩 운항중이다.
350명을 태우던 데모크라시5호의 운항 중단은 그 여파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하루 3차례 운항할 때도 배표 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보다 더해 예약을 통해 배표를 싹슬이 하는 단체관광객에 밀리기 일쑤다. 관광객들도 예약이 힘들다고 하소연하지만 주민들은 자신의 집을 가기위해 3~4일씩 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객선이 줄어든 것도 모자라 하모니플라워호는 한 달에 한 번 선박 점검을 이유로 결항하고, 소형급인 씨호프호는 안개와 풍랑에 민감해 운항이 종종 통제되고 있다.
백령면 한 주민은 “지난달 안개가 잦아 배가 여러번 출항하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짙은 안개가 아니면 운항을 허가해줬는데 세월호 사고 이후 더욱 엄격해졌다”며 “배가 결항되면 그 다음달 다시 배표를 구해야 하는데 이미 예매자가 많아 최소 이틀 후에나 겨우 배를 탈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옹진군은 여객선 2척에 각각 30석과 50석을 주민 몫으로 남겨두도록 조치했지만 이는 겨우 정원의 10%에 불과한 정도다.
신규 여객선사가 투입되지 않고는 이 같은 주민 불편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가 없다. 하지만 항로에 대한 사업면허권을 갖고 있는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대체 여객선 투입을 위해 신규 사업자를 공모할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그 시기가 언제쯤일지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항만청 관계자는 “민간사업자로서는 수지타산을 따져보고 사업에 뛰어들텐데 현재로서는 백령도 구간이 수익성이 낮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15kg 이내의 수하물 외에 여객선 바닥에 내려놓는 화물선적을 일체 금지한 것도 주민들에겐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통제’다. 화물 과적과 부실 고박이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취해진 조치지만 유예기간도 두지 않고 시행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나마 옹진군이 임시방편으로 트럭을 임차해 배에 선적 후 빈트럭 위에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연평도와 소연평도를 운항하는 플라잉카페리는 선박구조상 다른 카페리처럼 빈 트럭 지원도 곤란해 화물적재가 아에 금지되고 있다.
주민들은 “당일 어획한 꽃게는 카페리로 신속히 수송해야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으나 화물선은 주 2회만 운항하는 데다 여객선보다 4시간이나 더 걸린다”며 “불편을 넘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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