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에서 해외투자분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해 재계가 "기업 현실을 무시한 논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기업소득환류세제에서 기업의 투자를 어느 정도 범위로 보느냐에 따라 세 부담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중요 변수 중 하나"라며 "일단 해외 투자는 제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당기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나 임금 증가, 배당으로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는 경우 세금을 매겨 기업의 소득이 가계 등 다른 경제부문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그러나 해외 투자의 경우 국내 가계소득 증대 등 제도 취지와는 동떨어진 만큼 투자 인정 범위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율성을 뭉개버리는 말도 안 되는 논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경제가 글로벌로 개방된 상태이고 기업도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에 따라서 움직여 생산거점을 어디에 두는지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채산성이 맞지 않으면 당연히 해외로 나가 투자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물론 해외 투자가 많은 점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강제적으로 국내 투자만 하라고 한다면 기업 자체가 망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면서 "목적은 알지만 논리 자체가 맞지 않고 기업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를 별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해외 투자를 통해 오히려 국내 수요를 더 증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투자가 국내 수요를 더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왔다"면서 "실제로 해외 투자가 이뤄질 경우 국내의 관련 제품들이 같이 나가기 때문에 국내 투자를 유발하고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해외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할 경우 국내의 관련 부품들이 같이 사용되고 관련 기업들이 같이 나가기 때문에 더욱 많은 국내 수익이 창출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투자를 어느 선에서 경계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애초에 내수 회복을 위해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방침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향후 세부적인 결정 사항들을 본 후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재 방침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며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재계와 실무협의 채널을 운용하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 개선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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