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들, “새정치민주연합 각성” 요구하며 본회의 불참…“조율 안 되면 행정심판” vs “법제처, 안행부 유권해석 따라 대응”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대전시 서구의회가 의장선거를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일 후반기 의회가 출범했으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맞서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18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대전 서구의회의 이런 파행은 “갑과 을이 뒤바뀌면서 일어났다”는 시각이 많다.
사연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6.4지방선거 때 서구의회는 의원 20명 중 새정치민주연합이 11석을 차지, 다수당이 됐으나 새누리당은 9명으로 소수당이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런 여지는 선거 후 한 달 만에 현실로 나타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옮겨갔던 손혜미 의원이 선거공천 잡음 등을 이유로 의장선거가 있었던 지난 10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무소속이 됐다.
손 의원 탈당으로 의장단선거에 변화의 기류가 생겼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 무소속 의원 수가 같아져 10대 10이 된 것이다.
그 여파는 의장선거에 미쳤다. 1차 의장투표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인 류명현 의원과 새누리당 후보인 이한영 의원이 각 10표를 얻어 동수가 됐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발했다. 이어지는 3차 투표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면 ‘연장자가 의장이 된다’는 규정에 따라 이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되기 때문이다. 갑과 을이 뒤바뀌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1차 투표결과에 반발, 본회의장을 나오면서 의장선거는 파행을 겪었고 내부논의 후 이어진 2차 투표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일’이 벌어졌다.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가 펴낸 ‘지방의회 운영규칙’을 근거로 2차 투표 후 의장후보였던 류명현 의원이 의장후보직을 사퇴했다. 이에 따라 3차 투표 없이 재공고를 통해 의장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속내는 의장후보로 당내 최연장자인 최치상 의원을 내려는 것이지만 이렇게 해도 새누리당 최연장자보다 나이가 적어 의장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자 을에서 갑의 입장으로 뒤바뀐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 “의장선거에 참석하면 상임위원장 자리를 주겠다”는 카드를 내밀었다. 게다가 대전 서구청 및 대전시청 자문변호사, 서구의회 자문위원인 행정학 교수들의 자문내용을 근거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재공고를 통한 재선거는 법에 맞지 않다는 견해도 보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소속 손혜미 의원과 함께 지난 16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의장선거가 불리하다고 의회를 파행시키는 게 새 정치냐”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원들은 50만 서구민들에게 사과하고 의회정상화에 협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류명현 의원은 의장선거 3차 결선투표 개시선언 후 무책임하게 후보직을 그만둬 서구의회를 파행시킨데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물러나라”며 “임시의장으로 의장 직무를 대행한 최치상 의원은 의장 직무대행 직무규정범위를 벗어난 의장선거 무효 및 재선거를 운운한 것에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의장후보를 사퇴한 류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더 이상 구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의회파행을 책임져라”며 “공식적인 서구의회 고문변호사, 대전시 고문변호사, 서구의회 자문교수의 자문결과에 승복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어 오전 10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복도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원들은 예정대로 개회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 불참으로 의결정족수에 못 미쳐 정회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의 대화로 원 구성을 협상하자는 입장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예정대로 의장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견해여서 서구의회 파행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협상테이블로 빨리 나와 협의하되 조율이 되지 않으면 행정심판청구 등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법제처와 안전행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만큼 결과를 보고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