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권형 강세…개미들 참고할만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펀드 장기투자에 성공하고 싶다면 기관투자가를 따라가라(?).'
올해 들어 공모펀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박스권 장세에서 갈피를 못 잡는 개미들의 '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기관투자가 전용 공모펀드(국내ㆍ해외) 설정액은 925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ETF 제외)에선 3조6160억원이 빠져나가 대조를 이뤘다.
이에 대해 황윤아 KG제로인 연구원은 "특히 법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추세"라며 "기존에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과 거래하던 소형 법인들이 초저금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법인 전용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많은 기관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미래에셋법인전용글로벌다이나믹월지급식자 1(채권)종류C-2'로 설정액이 2847억원 증가했다. 이 밖에 '미래에셋법인전용미국회사채월지급식 1(채권-재간접)'(1964억원), '삼성미국코어채권자H[채권]_Cf'(1000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모두 해외채권형 펀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채권형 펀드의 경우 최근 금리가 떨어져 기존 가입자들은 수익을 봤지만 신규 진입은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작년 중반부터 올 6월 초까지 국고채(3년) 금리가 2.8~2.9%에 머무르는 바람에 채권의 방향성이 불명확해 투자의 어려움도 있다"면서 "이러한 가운데 국내보다 금리가 높은 해외 채권시장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대안으로 떠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채권으로 자산 배분을 하는 것은 약 3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박스권 장세, 저금리가 지속되는 속에서 필수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국내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베어링고배당플러스(주식)ClassF'(500억원), 'NH-CA법인용액티브성장형[주식]Class C2'(129억원)이 기관투자가들의 선택을 받았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전용 사모펀드로만 자금을 넣는 경향이 있었는데 공모 펀드에도 눈독을 들이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로선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투자가와의 정보 차이를 다소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모펀드는 기관투자가들이 비공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정보 공개가 제한되지만 공모펀드는 다르다. 개인 투자자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만 기관이 어느 펀드에 투자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중장기 투자를 전제로 수익률, 운용사별 철학 등을 면밀히 따져 공모펀드를 고른다.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개인이라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동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오 연구원은 "기관투자가를 벤치마킹하면 일정 부분 성과를 볼 수 있겠지만 방향을 잘 못 잡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본인의 특성, 위치, 목표 등을 잘 따져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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