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도 언덕에 붙어 달리기·오프로드 코스…'황홀한 비명'
내달 정식개장…누구나 이용가능, 주중 10만원 정도로 다양한 코스 즐겨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여태껏 국내에서 자동차 전용트랙을 내키는대로 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업체나 동호회 차원에서 미리 서킷이용을 신청한 후 소수 인원만을 선별해 쓰게 하거나, 안전장비와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만 비로소 트랙에 들어설 수 있었다.
트랙을 쓰는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마음껏 달릴 만한 수준의 차를 갖고 있지 않으면 언감생심이었다. 어지간한 나라보다 자동차를 많이 만들지만 국내 자동차 문화는 척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한동안 잔잔할 것만 같던 시장에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물꼬를 튼 곳은 국내 수입자동차 1위 업체 BMW. 최근 1년여간의 공사를 마쳐 다음 달 정식개장을 앞둔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를 14일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쭉 뻗은 2.6㎞ 직선주로와 연속으로 이어진 회전구간, 물이 뿌려져 있어 미끄러운 노면에서 차량의 핸들링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다이내믹코스 등 6가지 구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시범주행을 보여준 BMW코리아 직원은 "거대한 코스라고는 할 수 없지만 차량의 성능을 체험해보기에는 모자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쪽에는 오프로드코스가 있다. 곳곳이 움푹 파여 차량 바퀴 한쪽이 공중에 붕 뜨기도 하고, 경사 25도짜리 언덕에 차량 왼쪽만 걸쳐서 옆으로 누운듯 움직이기도 한다.
도심에서 좀처럼 느끼기 힘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거친 길을 달려도 차가 부서지거나 고장나는 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 보험에 들어있다.
차를 타는 게 전부가 아니다. 갤러리에선 BMW가 그간 만든 차의 원형과 역사를 볼 수도 있고 아이들은 본사에서 마련한 안전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독일 본사에도 가족단위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진 않다.
한국 드라이빙센터는 아무나 드나들 수 있으며 트랙을 이용하려면 주중에는 차종별로 적게는 10만부터 22만원(3시간), 주말에는 6만원(1시간) 정도 돈을 내야 한다. 전문 드라이버가 극한성능을 보여주는 M택시나 오프로드코스 비용은 3만~5만원이다.
BMW는 한국보다 시장이 큰 중국이나 일본을 두고 인천에 아시아 최초 드라이빙센터를 마련했다. 이안 로버슨 BMW그룹 세일즈 마케팅총괄사장은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이 제시한 비전을 (본사에서도) 충분히 공감했다"면서 "한국 자동차시장의 성장률이 높고 앞으로 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BMW코리아는 이번 드라이빙센터를 위해 앞으로 7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나 이 자체가 수익사업은 아니라고 전했다. 김효준 사장은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자동차 산업이 생산업체나 판매자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다면 이제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는 "시장의 변화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수년 전부터 고민해왔으며 드라이빙센터는 이러한 고민의 첫 결실"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드라이빙센터가 제대로 자리 잡는 내후년이면 연간 20만명 정도가 다녀갈 것으로 내다봤다. 공항과 가까운 만큼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적잖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BMW 중국지사에서는 한국의 드라이빙센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의 VIP를 비롯해 딜러사들까지 잠재고객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안 로버슨 사장은 "드라이빙센터는 BMW가 추구하는 고객과 보다 활발히 소통하려는 미래유통(Future Retail)전략의 일환"이라며 "이곳에서 BMW 브랜드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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