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업체도 2년전 상장폐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2015년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
5년 전인 2009년 일본의 닛산이 전기차 리프를 출시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뒤엎었다. 그해 정부는 전기자동차 활성화방안을 수립, 전기차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세계 전기차 시장 10% 달성”을 공언했다.
그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공직에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지만, 국내 전기차 산업은 여전히 걸음마를 떼지 못하고 있다. 말 뿐인 정부 앞에서 업체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전기차 시장은 해외업체의 점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지경부가 발표한 전기차 활성화방안에는 ▲2011년 전기차 양산체제 구축 ▲2015년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10% 달성 ▲2020년 국내 소형차 10%를 전기차로 보급 등 3대 목표가 담겼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배터리 등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전기차 부품경쟁력 향상과 우수 기술 표준화를 단기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저속전기차 도로주행 허용과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개조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부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그해에만 100억원을 투자했다.
전기차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에 대표적인 상징이 됐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빛은 바래졌다.
당시 저속전기차를 개발, 대통령 내외가 탑승하며 주목을 받았던 씨티앤티(CT&T)가 대표적이다. 씨티앤티는 저속전기차 개발과 해외 진출을 선언하면서 업계에 주목을 받았고 2010년 우회상장으로 승승장구하는 듯 했으나 연이은 영업손실로 2012년 상장폐지됐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도 꾸준히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명함도 못내미는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9만5000여대로 전년 4만5000여대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모델별로는 일본의 닛산 리프가 전체 시장의 47.9%를 차지했고, 미국 테슬라의 모델S는 23.8%로 점유율을 확대했다. 이어 르노의 조(ZOE)가 8.1%, 일본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 4.2% 순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정체 상황이다. 최대 1500만원에 달하는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지자체와 공공기관 위주로 편성, 집행되고 있다. 그나마 내년에는 보조금도 사라질 예정이다. 친환경 저탄소차 구매를 늘리기 위해 내년 시행되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는 자동차 업계의 반발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비해 국내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3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이 29.3%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닛산과 NEC의 합작사 AESC(27.6%)와 삼성SDI(18.4%)가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산업에서는 1,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높은 가격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지 않다 보니 전기차 판매도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업체들이 핵심모델의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점유율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