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소득 수준의 증가와 삶의 질 향상으로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질병이 발생한 후 치료하는 개념보다는 사전에 질병을 예방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천연물 예방의학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천연물이란 육상 및 해양에서 생존하는 동식물 등의 생물과 생물의 세포 또는 조직배양산물 등 생물을 기원으로 하는 산물을 일컬으며 여기에는 식물ㆍ동물ㆍ미생물 등을 포함한다. 최근 천연물에 함유돼 있는 미량의 성분들이 생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인간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천연물 성분을 이용한 천연물 신약,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화장품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한의학에 중점을 둔 민족으로서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고 해 약과 먹거리를 같은 것으로 간주했다. 오랫동안 사람이 섭취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부작용이 없고 질병 예방 및 치료에 효능이 있는 천연물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전통의학은 21세기 과학기술 발전과 더불어 천연물 미량 유용성분의 화학적 분석법, 동물 및 임상모델을 이용한 효능 검증법뿐만 아니라 이들을 표준화하고 최적으로 추출 가공해 천연물 식의약품 형태로 만드는 것에 이르는 모든 일련의 과정이 일정하게 규격화돼 있다.
천연물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은 천연물 원료의 표준화 부분이다. 식물유래 천연물의 경우 천연물 원료의 표준화는 기본적으로 지표(기능) 성분의 표준화, 원료의 표준화, 원산지 표준화 등으로 나눠지는데 천연물이 자연 상태에서 생육돼 원료로 공급이 된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생육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연환경(빛ㆍ온도ㆍ습도ㆍ토양ㆍ양분 등)이 매우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자연환경 요인은 천연물의 지표(기능) 성분 함량에 일차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후변화나 자연재해 등으로 안정적인 천연물 생육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 원료의 표준화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또 천연물 원료를 대량재배를 하는 경우 국내의 비싼 인건비, 제한된 재배면적 등은 중국과 같은 저가의 생산단가와 비교했을 때 비교우위를 선점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생산기업들은 국내 자체 원료공급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위탁재배를 통한 원료수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는 2003년 우리나라와 동북아 지역의 천연물연구의 허브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출연연구소다. 현재 강릉분원에서는 천연물 연구에 있어 기초원천 기술부터 산업화 응용기술 개발이라는 전 주기적 연구를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천연물을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인식되는 천연물 산업화 원료의 대량생산 및 표준화를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고부가가치형 식물공장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고부가가치 천연물의 안정적인 대량생산에서 기능성분의 규격화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식물공장 기반 통합형 기능성천연물 산업화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ICT 핵심기술에는 영상기반기술, 로봇ㆍ자동화기술, 센서 기반 모니터링 기술 등이 포함된다. 천연물 연구에 ICT 첨단기술을 적용한 산업화원료 생산 플랫폼은 향후 국내산 고부가가치 천연물 식의약품을 글로벌 시장 규격에 만족시켜 국익을 창출하는 국가기반 신성장 동력이 됨은 물론 곧 발효될 나고야협정과 같은 국가 간 유전자원 분쟁의 위협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강릉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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